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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인간 바둑 넘은 AI, 스타크래프트는 졌다

    프로게이머 송병구 AI 상대 4:0 승리…AI 게임 봇 아직 한계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했다.

    31일 오후 세종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펼쳐진 '인간 vs AI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 1위에 올랐던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가 AI 게임 봇을 상대로 4전 4승을 거두며 완벽하게 제압했다.

    앞서 일반 플레이어 2명과 AI가 펼친 경기에서는 이승현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학생과 최철순 디저털콘텐츠학과 학생이 각각 3전1승 2패, 3전 3패로 AI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올해 세종대가 개최한 '2017년 세계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과 인공지능간의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호주의 ZZZKBOT, 2위 노르웨이의 TSCMOO, 한국을 대표하는 세종대 김경중 교수팀의 MJ봇이 출전해 엎치락 뒷치락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자 학생극장을 가득 메운 재학생 등 일반 관중 300여 명의 탄성이 쏟아졌다. 이날 대회에는 취재진 50여 명이 몰려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AI 봇들은 일반적인 경기방식과 다른 변칙 플레이로 초반 이승현 군과 최철순 군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호주의 ZZZKBOT과 노르웨이의 TSCMOO는 상대진영을 탐색하며 4드론 6저글링으로 초반 러시를 하는 변칙 러시를 구사했다. 이 때문에 이 군과 최 군은 초반 방어에 성공하지 못하고 경기 시작 4~10분 이내에 GG를 선언했다.

    초반 공방전에 성공하더라도 10분 이상의 중반에서는 AI가 난해한 빌드로 가며 이 군과 최군의 전략을 기만하는 등 AI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실패하면 방어모드로 전환해 테란은 바카닉으로 가거나 저그는 4드론 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성패는 인간이 초반 러시를 통해 AI를 제압하면 게임은 싱겁게 끝났지만, 인간이 포르토스 4게이트 전략을 쓰거나 메카닉으로 빌드하는 동안 충분한 병력을 뽑아내지 못하고 지연하면 여지없이 AI는 다양한 병력 조합으로 물량 공세를 이어가기도 하고 여러번 치고 빠지는 식으로 병력 손실을 최소화 하며 상대 진영을 괴롭히는 등 영리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플레이에서는 대규모 병력으로 인간 진영을 길게 포위한 채 공격 타이밍이나 다른 전략을 구사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 할 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AI의 변칙 플레이에 일반인 플레이어는 속수무책 무너지고 말았다.

    프로게이머 송병구와의 경기에서는 달랐다.

    세종대 MJ봇(테란)과 1차전을 치른 송병구 선수(프로토스)의 경기는 확연한 기량차이를 보였다.

     

    MJ봇은 송 선수가 초반 탐색전을 벌이는 동안 선 공격에 나서는 플레이를 구사하며 테란을 바카닉에서 메카닉으로 빠르게 빌드해 나갔다. 송 선수는 2질럿으로 초반 러시에 들어갔지만 MJ봇이 배럭 등으로 입구를 봉쇄한 탓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

    초반 지지부진한 사이 멀티 구축까지 안정적으로 한 MJ봇은 경기시작 7분 20초쯤 파이어뱃과 테란, 메딕을 주축으로 한 바이오닉 체제, 후방에 탱크를 생산하는 초기 메카닉 조합으로 이끌며 유리한 형세를 갖췄지만 예상한 타이밍에 공격을 하지 못하자 송 선수가 신의 한 수인 리버 컨트롤로 상대 멀티 지역과 앞마당을 압박하는데 성공한다.

    드라군과 리버 운용의 걸작을 보여준 송 선수의 창의적 플레이에 당황한 MJ봇은 본격적인 질럿과 드라군, 리버 조합의 공격에 속수무책 무너지며 10분 35초만에 패했다.

    이후 경기는 예상보다 싱거웠다. 호주의 ZZZKBOT과 TSCMOO는 일반 플레이어 대결과 동일한 4드론 6저글링 전략을 구사하다 이를 간파한 송 선수의 초반 방어 이후 2~3기의 질럿만으로 상대 진영을 괴멸시키며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페이스북이 최근 개발해 세종대 주최 경기에서 28개팀 중 6위를 기록한 체리파이와의 스페셜 매치도 큰 관심을 끌었지만 역시 4드론 6저글링을 구사하다 4분여 만에 송 선수에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사용되는 AI는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이나 강화학습 방식이 아닌 스크립트 기반으로 대부분 현재 주어진 로직으로만 대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우 정찰, 빌드, 전투, 확장, 생산 등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과 방어 등을 할 것인지 의사결정 파트를 판단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AI 게임 봇이 한계를 갖고 경기에 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MJ봇을 개발한 세종대 김경중 교수는 경기에 앞서 "현재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서는 변수가 많아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미리 준비한 여러 빌드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게 AI가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게임 봇이 가진 빌드보다 아직까지 창의적 수가 많은 인간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게이머가 그동안 가진 수준 높은 수천 경기 이상의 경험과 스타크래프트에 특화된 다양한 게임 전술을 구사하는 반면, AI 게임 봇이 이같은 학습을 하지 못하고 정해진 로직 안에서만 스스로 플레이하는 것이라서 어느정도 결과는 예상됐다.

    AI 게임 봇들이 저그를 운용할 때 4드론 6저글링이라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도 알파고가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는 방식이 아닌 AI 간 스타크래프트 경기에 정형화된 로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보다 창의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대화형 챗봇 개발 이후 AI 게임 봇 개발에 뛰어들었고, 구글 딥마인드는 바둑 이후 인간과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위한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한 AI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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