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의 김정은 (사진 제공=WKBL)
선수 교체를 준비했다. 벤치행이 예정된 선수가 자유투 라인에 섰다. 2구를 실패했다. 그래서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데 그 장면이 대역전승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13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부천 KEB하나은행의 정규리그 1라운드 맞대결.
우리은행이 56-65로 뒤진 4쿼터 종료 3분53초를 남기고 김정은이 자유투를 얻었다. 이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 교체를 준비했다. 베테랑 김정은을 뺄 생각이었다. 우리은행은 경기 내내 야투 난조로 고전했다. 사실상 경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정은이 자유투 1구를 넣었다. 그런데 2구를 놓쳤다. 만약 2구를 넣었다면 볼데드가 선언돼 선수 교체를 할 수 있었다. 2구를 실패한 바람에 인플레이 상황이 전개돼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때 김정은을 빼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해리슨에게 골밑슛을 내줘 57-67로 끌려갔다. 인플레이 상황이 계속 됐다. 그리고 반전이 시작됐다. 김정은이 3점슛을 넣었다. 이때부터 우리은행이 급격히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임영희와 어천와의 연속 득점이 터졌다. 임영희가 득점 후 상대 반칙으로 얻은 추가 자유투를 놓쳤지만 최은실이 공격리바운드를 따냈고 어천와가 점수로 연결시켰다.
순식간에 '4점 플레이'를 완성한 것이다. 스코어는 64-67.
박혜진과 하나은행의 해리슨이 2점씩 주고받았다. 임영희의 오픈 3점슛이 불발됐으나 김정은이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득점을 올렸다. 스코어는 68-69.
하나은행은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레이업을 놓친 신지현이 공격리바운드를 따내 골밑 오픈 기회를 잡았으나 그만 슛을 놓치고 말았다. 해리슨의 슛도 불발됐다. 설상가상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박혜진에게 신지현이 반칙을 범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팀 파울에 걸려있었다. 우리은행은 종료 50.3초를 남기고 박혜진의 자유투 2개로 70-69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역전 기회를 날렸고 우리은행은 상대 반칙 작전으로 얻은 자유투를 차곡차곡 쌓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국 우리은행이 74-69로 이겨 2연패 이후 3연승을 달렸다.
위성우 감독은 선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이 오히려 역전승의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위성우 감독은 "자유투 2구를 놓쳐 김정은을 벤치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 공격에서 김정은이 3점슛을 넣으면서 우리가 흐름을 탔다. 덕분에 이겼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그때 벤치에서 자신을 교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67.8%. 3개를 던지면 2개는 넣었다. 그 자유투 실패가 역전승의 발판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이날 경기는 김정은에게 특별했다. 친정팀과의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올해 여름 FA 자격을 얻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김정은은 "12년동안 몸담았던 팀이라서 전날부터 기분이 묘했다. 상대팀으로 뛴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은 이날 역전승을 통해 우리은행의 저력을 새삼 확인했다. "이상하게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워낙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팀이다. 경험 차이인 것 같다"며 "예전 우리은행을 상대할 때는 우리가 운이 좋아야 시소를 탄다고 했다. 9~10점을 이기고 있어도 상대가 우리은행이면 불안했다. 훈련량에서 힘이 나오지 않나 싶다. 난 아직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