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17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투수 구창모는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고 하는 말이 있어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 각오를 밝혔다. 일본 대표팀과의 경기는 대회 첫날인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일본은 강하다. 이번 대회에는 24세 이하(1993년 1월1일 이후 출생) 혹은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나 일본에는 나이가 어린 정상급 프로 선수들이 다수 있다.
한국전 선발 등판 후보로 주목받는 야부타 가즈키가 대표적이다. 그는 올해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고 15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다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1+1' 전략을 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선발투수 다음에 또 다른 선발투수를 붙여 강하게 압박해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게다가 일본은 나이와 관계없이 선발 가능한 와일드카드 3명을 모두 발탁했다. 한국은 젊은 선수들의 경험 축적을 위해 와일드카드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에서 주목할만한 와일드카드는 소프트뱅크의 주전급 포수 가이 다쿠야다. 25세의 가이 다쿠야는 올시즌 103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0.232, 5홈런, 18타점의 타격 성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경험많은 포수의 존재는 마운드의 힘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일본 대표팀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은 일본 언론을 통해 "가이는 올 시즌 수비를 포함해 좋은 성장을 했다. 대표팀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24세 이하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열 대표팀 전력분석원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에는 발이 빠른 테이블세터형 타자들이 많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기동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기동력마저 일본이 한국보다 더 낫다고 냉정히 평가하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한일전이 2~3점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탄탄한 전력, 특히 강력한 마운드를 상대로 다득점 경기를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선동열 감독의 마운드 운영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선동열 감독이 투수코치를 맡았던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은 전체 참가국 중 가장 좋은 2.00의 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일본을 세 차례 만났고 미국, 멕시코 등 강팀들과 계속 경기를 치르고도 이같은 좋은 기록을 남겼다. 선동열 감독의 투수 운영이 빛났던 대회다.
선동열 감독은 단기전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빠른 타이밍의 적절한 투수 교체로 마운드의 힘을 최대한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 12일 경찰야구단과의 마지막 세 번째 연습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오늘 정도만 던지면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극찬을 받은 좌완 구창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창모는 이번 대회에서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질 선수로 주목받는다.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
변수는 수비다. 대표팀은 경찰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다수의 실책을 범했다. 선동열 감독은 미간을 찌푸렸다. "단기전에서는 절대 수비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다. 장담을 못한다. 그렇다면 수비에서 변수를 줄여야 한다. 마운드 중심의 경기 운영을 생각하는 대표팀에게 안정된 수비는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변수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보다 수비에 대해 더 집중력을 요구하도록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마운드가 탄탄한만큼 득점을 뽑기 위한 방법으로 기동력이 뒷받침된 작전 구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다. 대표팀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연습경기에서 더블스틸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작전을 테스트했다. 김하성과 구자욱 등 중심타선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표팀은 타자들이 빠른 공에 익숙해지도록 연습경기 플랜을 짰다. 그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