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운동은 즐겁게 하는 거야'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주니어 선수들과 원포인트레슨 전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 · 삼성증권 후원)의 시즌 결산 인터뷰가 진행된 17일 서울 한국체대 과학체육관 실내 테니스장. 그의 모교에서 열린 이번 회견에 앞서 한국 테니스 꿈나무들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도 진행됐다.
한국 여자 초등부 랭킹 3위 장지오(누원초 6학년), 남자부 5위 김장준(매화초 5학년) 등 8명의 유망주들이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챔피언의 지도를 받았다. 정현은 서브와 스트로크 자세 등 세심한 설명으로 꿈나무들을 살폈다.
유망주들에게는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정현은 최근 ATP 투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성이다. 21세 이하 상위 랭커 8명이 겨룬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정현이다. '전설' 이형택 이후 14년 만에 한국 선수의 투어 우승이다.
세계 유망주 중 첫 손에 꼽히는 정현은 차세대 톱10을 넘어 메이저 대회 우승도 기대된다.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정현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레슨 이후 질의응답 순서에는 열성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경기 전 긴장이 될 때 어떻게 하느냐" "지면 기분이 어떠냐" "졌을 때는 어떻게 극복을 하느냐" 등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져 행사장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챔피언의 레슨'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주니어 선수들에게 원포인트레슨을 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이에 정현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친절하게 답했다. 정현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주문을 외우거나 하지만 유일한 루틴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양치질을 한 뒤 여섯 번 입을 헹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지고 있을 때는 1번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에 졌을 때는 상대에게 박수를 쳐주고 잠을 청하는 등 패배를 잊으려고 애를 쓴다"고 덧붙였다.
레슨 뒤 정현은 "솔직히 어린 친구들이 이런 질문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짐짓 혀를 내둘렀다. 이어 "내가 어릴 때는 그저 밥 먹고 자고 경기에 나가는 것뿐이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선수들은 경기 전후 준비와 마무리 등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대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망주들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정현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보다 더 잘 하는 것 같다"면서 "알려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10년 뒤에는 같이 코트에서 경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레슨을 받은 장지오 양은 "정현 오빠의 지도를 받아서 좋았다"면서 "특히 서브를 할 때 공을 던지는 팔의 위치까지 잡아줘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나도 열심히 해서 오빠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을 결산하는 인터뷰에서 정현은 "동계 훈련에서 더 몸을 단련해 내년에는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로저 페더러나 라파엘 나달 등 톱랭커들을 만나 아쉽게 지는 게 아니라 기회를 잡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정현과 그의 키즈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