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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뒤끝작렬] 이국종도 옳고 김종대도 옳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정의당 김종대 의원(왼쪽),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사진=자료사진)

     

    북한군 귀순병사의 치료를 둘러싼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간의 설전은 다소 뜬금없다.

    두 사람은 각각 귀순병사의 생명과 인권을 앞세우는 만큼 서로 부딪힐 이유가 없다. 생명과 인권이 배치되는 개념은 아니다.

    이들의 충돌은 순전히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선의가 불가해한 풍설에 휘말려 곡해되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또 다른 영웅이고 헌신적인 의료 활동으로 최고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가망이 없을 것 같던 이번 치료에서도 최고의 인술로 찬사를 받았다. "북에서 넘어온 빨갱이를 왜 살려주려고 하느냐"는 허튼 비난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환자일 뿐'이라는 태도로 일축하며 대가의 풍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그도 "의료기록은 비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해 기생충 등의 환자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부적절함은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그의 진정성은 조금도 퇴색하지 않는다.

    그는 이번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들어온 대한민국 청년(귀순병사)이 한국 삶에 기대한 모습은 자신이 다쳤을 때 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였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차제에 우리의 의료 수준도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는 웅변이었다.

    이국종 센터장과 잔뜩 대립각을 세운 것처럼 보이는 김종대 의원도 근본적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여러 가지 억측과 오해가 많다"면서 "제가 마치 이국종 교수를 공격한 것으로 언론들이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김 의원 역시, 어찌됐든 많은 억측과 오해를 낳게 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미숙함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그런 오해와 비난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가리키고자 했던 지점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

    그는 "(귀순병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됐다"면서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본질과 상관없는 반북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고발했다.

    이런 비판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일개 귀순병사라도 환자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숭고한 의료 윤리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이처럼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자유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새삼 깨우치게 한 것은 JSA 귀순 사건의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이국종 센터장의 우직한 인술이나 김종대 의원의 까칠한 문제의식은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을지언정 서로 다툴 일은 아니다.

    이국종도 옳고 김종대도 옳다.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탓하는 오해와 편견이 나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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