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컷V 캡처)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폭로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설이 이명박 정권의 '공작 정치'의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당시 검찰의 자료가 건네진 상황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국정조사까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자료가 주 전 의원에 건네진 시점은 2006년 2월이다. 하지만 주 전 의원이 이 사실을 폭로한 시점은 이보다 한참 뒤인 2008년 10월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주 전 의원은 2008년 10월 20일 국정감사장에서 "2006년 3월초 퇴직한 검찰 관계자로부터 DJ비자금의 일부로 추정되는 100억 원짜리 CD사본 1부와 중소기업은행 영업부 명의의 발행사실 확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이 자료를 입수한 시점과 공개한 시점 간에는 2년 8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 사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고 한나라당이 여당이 됐다.
주 전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도성 예금 증서가 위변조된 것은 아닌지 진위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위·변조 확인에 2년 8개월이 걸렸다는 것은 장난에 불과한 언사"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공작 정치’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자료 검증을 하는데 2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주 전 의원이 2006년 2월 제보를 받고도 DJ 비자금 의혹은 폭로를 못했다.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며 “결국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에서야 국감과 라디오 방송에서 폭로를 한 것은 이즈음 누군가 주성영 의원에게 없는 확신을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같은 날 오전 cpbc방송에 출연해 “자료를 추적할 때는 노무현 정권이었고, 폭로할 때는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였다”며 “2008년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 기회라고 생각하고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해보려는 유혹이 커지면서 음모가 실행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주 전 의원의 폭로 이후 즉각 명예 훼손으로 주 전 의원을 고소했다. 검찰 조사결과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주 의원은 2010년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주 전 의원이 묵혀뒀던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시점은 광우병 파동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가 흔들리는 후유증을 겪었던 때다.
정부 여당은 당시 민주당에 타격을 주기 위해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이슈화했지만 오히려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직불금을 꼼수로 부정 수령한 사실이 공개돼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정부 여당은 과거 정부 흠집 내기를 본격화했다. 홍준표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다.
이명박 정부가 공안통치에 속도를 내던 시기와도 맞물린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전 KBS사에 대한 퇴진을 비롯해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도 비슷한 시기 진행됐다.
9년여만에 다시 등장한 DJ비자금 허위제보와 관련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호남계 의원들이 검찰의 정보가 당시 여당에 흘러들어간 과정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