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빙상 최초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박승희.(자료사진=노컷뉴스DB)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 박승희(25 · 스포츠토토)가 한국 빙상 역사를 새롭게 썼다.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됐다.
박승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15일(한국 시각) 발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쿼터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21위로 커트라인인 32명 안에 들었다. 박승희는 20위인 이상화(스포츠토토), 28위인 김현영(성남시청)과 함께 평창올림픽 1000m에서 경쟁한다.
이로써 박승희는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던 2014 소치 대회에 이어 내년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소치 대회 당시 박승희는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500m에서도 상대 선수가 밀쳐 넘어지면서 아쉽지만 값진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 빙상 역사에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박승희가 최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승훈이 쇼트트랙에서 전향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올림픽에 나섰지만 쇼트트랙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적은 없다"면서 "박승희가 한국 빙상 사상 첫 두 종목 올림픽 출전이 맞다"고 확인했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지난 시즌 1000m 랭킹 31위로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올 시즌 꾸준히 월드컵에 나서며 랭킹을 끌어올렸다. 시즌 랭킹에서 박승희는 1분14초64로 0.52초 빠른 요한나 레티티아 데 용(네덜란드)보다 뒤진 22위였지만 국가당 올림픽 출전 쿼터를 3명으로 제한한 규정으로 21번째에 오르게 됐다. 데 용은 앞서 3명의 네덜란드 선수가 쿼터를 따내 밀렸다.
박승희(오른쪽)가 이상화(왼쪽) 등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과 맹훈련을 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이 규정에 따라 박승희도 500m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가 고다이라 나오(일본)에 이어 월드컵 랭킹 2위로 쿼터 한 장을 차지했고, 김민선(서문여고)과 김현영(성남시청)이 14번째와 18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박승희는 월드컵 랭킹은 28위지만 한국에서는 4번째 선수라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박승희는 1000m에서 의미있는 출전을 이루게 됐다. 물론 엄밀히 따져 메달권에서는 한참 처진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가 종목을 바꿔 도전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것도 한국 선수 중에는 최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는 이런 선수가 더러 있었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10 밴쿠버 대회까지 두 종목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남자만 4명이었다. 같은 대회에 두 종목에 나선 선수는 하랄드 실로프(라트비아)가 유일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때는 요리엔 테르 모르스(네덜란드)라는 여자 선수가 가세했다. 그는 쇼트트랙 500m, 1,000m, 1500m, 3000m 계주와 스피드스케이팅 1000m, 1500m, 팀 추월까지 무려 6종목에 나섰다. 이 중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박승희에게 사실상 평창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박승희는 이미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한국의 전체 금메달 3개 중 2개를 따내며 충분히 제몫을 해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해 멋지게 질주하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