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LG맨입니다'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김현수가 19일 LG와 입단 계약을 맺은 뒤 유광 점퍼를 입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LG)
내년 KBO 리그가 정말 기대된다.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올 겨울 스토브리그가 마침내 정점을 찍었다. 애증이 교차된 선수들의 이동이 풍성한 스토리를 낳으면서 친정팀과 맞대결을 설레게 하고 있다.
팬들을 놀라게 만든 대형 선수의 이적이 또 성사됐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아쉽게 마치고 돌아온 외야수 김현수가 LG의 품에 안겼다.
LG는 19일 김현수와 4년 계약금 65억 원, 연봉 50억 원 등 총액 115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롯데 이대호의 150억 원에 이은 역대 KBO 리그 2위의 몸값이자 지난해 차우찬의 95억 원을 넘어선 LG 구단 역사상 최고액이다.
이미 김현수의 LG행은 예견됐다. 손아섭, 민병헌(이상 롯데) 등을 놓친 LG는 남은 대어인 김현수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김현수는 MLB 도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듯했지만 결국 KBO 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MLB 빅리그 보장이 어려운 마이너리그 계약이 가져올 고된 생활 대신 거액의 제안이 솔깃했다.
그럼에도 김현수의 LG행이 주는 파문은 적지 않다. KBO 리그 데뷔 후 줄곧 두산맨으로 뛰었던 김현수였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2006년 신고 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고된 2군 생활을 거쳐 리그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2015년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산에 안긴 뒤 미국으로 떠났다. 야구를 그만둘 뻔한 자신에게 기회를 준 두산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김현수의 KBO 리그 복귀팀은 두산이 아닌 '잠실 라이벌' LG였다. 거액 투자보다 육성을 우선하는 두산은 LG만큼 몸값을 보장할 수 없었다. 내년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가 두산과 잠실에서 맞설 대결은 어색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두산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두산을 떠나 롯데와 4년 80억 원에 재계약한 외야수 민병헌.(자료사진=롯데)
애증이 섞인 선수와 친정팀의 해후는 또 있다. 이번에도 두산이 관련이 있는데 바로 롯데와 대결이다. 두 팀은 핵심 전력의 선수를 맞바꿨다.
바로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과 리그 정상급 우완 조시 린드블럼이다. 두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민병헌은 롯데와 4년 80억 원에 계약했다. 역시 두산에서 기회를 갈고 닦은 민병헌의 이적이다.
반대로 롯데의 '린동원'으로 불렸던 린드블럼은 두산과 145만 달러(약 16억 원)에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린드블럼이 롯데가 재계약 과정에서 신의를 저버렸다고 폭로했고, 롯데가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뒤끝이 좋지 않았다.
만약 린드블럼이 사직구장에 선발 등판하면 부산 팬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반대로 민병헌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잠실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삼성에서 KIA로 이적한 최형우가 대구를 방문했을 때 묘한 반응이 나왔듯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롯데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은 포수 강민호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해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삼성)
롯데는 삼성과도 스토리를 만들었다. 14년을 부산 터줏대감으로 뛴 포수 강민호가 삼성과 4년 80억 원에 계약했다. 강민호는 올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롯데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울컥했다. 내년 사직구장에 나섰을 때 '롯데의 강민호~!' 응원가가 울려퍼질지 자못 궁금하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별과 만남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는 얽히고 설킨 사연이 필연적으로 생성될 수밖에 없다. MLB에서도 보스턴 간판 선수가 앙숙인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는 등 애증의 이야기는 수도 없다. 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의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은 FA들이 있고, 더스틴 니퍼트와 에릭 해커 등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은 특급 외인 투수들도 있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내년 흥미로운 사연이 더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