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블랙리스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피해자 수가 총 1332명(단체포함), 피해건수가 총 2670건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서울 종로구 KT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 송경동 간사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 가운데 실제 검열이나 지원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1012명, 문화예술단체는 320곳으로 조사됐"으며, “피해건수는 (중복 포함) 개인 1898건, 단체 772건으로 총 2670건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12월 20일 현재까지 조사·확인된 결과일 뿐, 추가적인 자료 분석과 조사를 거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오른 수는 현재 1만 1000여 명(사람과 단체 포함)이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입수 리스트 문건 : ①MB문화균형화전략(2008) ②MB국정원 블랙리스트(2009) ③박근혜 문화융성기반 정비(2013) ④박근혜 국정원 ‘좌성향’ 블랙리스트(2014) ⑤박근혜 국정원 문체부에 선별 통보한 블랙리스트(2014) ⑥박근혜 청와대 문제단체 블랙리스트(2014) ⑦박근혜 문체부 예술과 관리 블랙리스트(2014~2016) ⑧아르코 창작기금 블랙리스트(2014) ⑨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관리 블랙리스트(2015) ⑩박근혜 정부 시국선언 명단(2015) ⑪감사원 감사결과(2017) ⑫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 범죄일람표(2017)
이는 MB정부 시절인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부터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문에 첨부한 범죄일람표까지 10여 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문건 12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다.
송 간사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대통령기록관 문건, 특검 및 국정원 자료, 이명박 정부 시기의 성명서 명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적용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 안철수 팬클럽 작가들도 블랙리스트 올라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블랙리스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명단이 공문서 및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작성돼 활용된 것으로 확인했다. 명단에는 대부분 정부에 비판적인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경우 올랐다.
진상조사위는 “2000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 2006년 ‘문화예술계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2010년 ‘소고기 파동 시국선언’ 등이 포함됐다”며 “선언명단의 출처는 대부분 국정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정원법에서 금지한 정치개입 및 민간인 사찰이 오랜 시기 동안 지속되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또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대부분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 혹은 야권 단일후보 지지선언을 한 경우이며, 심지어 안철수 팬클럽 작가 74명과 前 안철수 정책네트워크 내일 실행위원도 포함됐다.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정치인이 도지사나 시장으로 있던 충청북도, 전주시, 안산시, 성남시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고 실제 지원 배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과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특정 지자체에 대한 블랙리스트 검열 및 배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관통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며, “현재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했다.
◇ 문체부 산하기관들, '회의록 조작·사업 폐지'로 특정 예술인 배제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특정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한 양상도 드러났다.
출판진흥원은 2016년 저작권 수출을 위해 초록을 번역하는 사업을 수행하면서 심사표를 조작해 '차남들의 세계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 '한국이 싫어서'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진흥원은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을 진행하면서도 위탁도서 선정 과정에서 회의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5년 블랙리스트에 오른 '극단 마실'이 뉴욕문화원과의 매칭 사업에 선정되자 이 사업을 폐지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민족미술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우리만화연대 ·서울연극협회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가 선정된 사업을 중단했다.
이 외에 청와대와 국정원을 통한 문체부 산하기관 및 지역 문화재단들에 대한 부당 인사개입과 배제 등의 피해도 파악됐다.
심지어 “경찰도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국정원, 문체부 관계자들과 함께 리스트 관련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이 일부 문자메시지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고 진상조사위는 폭로했다. 경찰청 정보국 C경감이 문체부 정 아무개 과장으로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심의결과’ 메시지를 받았다.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은 연간 11~13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벨> 등 이른바 문제 영화 상영 통제를 위해 2014년 4월 사업을 보류한 후 재공모를 실시,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 지원을 배제한 일이다.
진상조사위는 "이번 조사결과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지원 사업 배제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검열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작동되었음을 보여준다"면서 "피해 정황이 구체적이고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위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위는 “1차 활동기한이 내년 1월 끝인데 지금까지 드러난 게 1000여 건이나 되고, 아직 조사 중인 건도 많다. 조사를 마무리하려면 이제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블랙리스트 실행)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등 의원들의 협조가 잘 안 이루어져 1월까지 예산만 잡혀 있고, 심지어 이마저도 깎였다”고 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위가 불법적으로 강제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발적 신고를 통한 합법적 조사로만 파악한 게 이정도이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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