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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잡는' 탁구 신동들 "비결? 진짜로 피와 땀이라니까요"



스포츠일반

    '어른 잡는' 탁구 신동들 "비결? 진짜로 피와 땀이라니까요"

    '부전자전' 초등학교 5학년 오준성(왼쪽)과 중학교 1학년 신유빈은 22일 개막한 제71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자신보다 5살 많은 고교생 형과 언니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대구=월간 탁구)

     

    그야말로 어른들을 잡는 무서운 아이들이다. '탁구 신동' 듀오가 침체됐던 한국 탁구의 부활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신유빈(13 · 청명중 1학년)과 오준성(11 · 오정초 5학년)이다. 모두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데다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될성부른 나무로 인정을 받았고, 떡잎이 쑥쑥 자라고 있다.

    이 둘은 지난 22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개막한 '2017 신한은행 한국탁구챔피언십 및 제71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모두 자신보다 5살 많은 고교생 언니와 형을 눌렀고, 종목은 다르지만 실업팀 선배들까지 꺾는 기염을 토했다.

    먼저 파란을 일으킨 건 오준성이었다. 23일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손석현(아산고 1학년)을 세트스코어 3-2(11-7 8-11 11-6 9-11 11-9)로 눌렀다. 초·중·고와 대학, 일반부 구분 없이 맞붙는 대회 특성상 나올 수 있는 이변이었다.

    오준성(위)과 신유빈이 제 71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하는 모습.(대구=월간 탁구)

     

    오준성이 승리한 사이 신유빈도 여자 단식 1회전을 치르고 있었고, 파란을 이었다. 강다연(문산수억고)을 역시 3-2(12-10 3-11 7-11 11-7 11-5)로 눌렀다. 오준성처럼 초등생-고교생의 대결은 아니었지만 5살 연상이었다. 특히 강다연은 여고 랭킹 2위로 대한항공 입단이 확정된 예비 사회인이었다.

    신유빈은 경기 후 "준성이는 이겼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서로 그릇을 알아보는 모양. 신유빈은 "같은 경기도 학교라 대회를 나가면 만나서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 날 오준성은 더 큰 뉴스를 만들었다. 2회전에서 실업팀 선수인 실업팀인 강지훈(한국수자원공사)을 3-1(11-6 7-11 11-9 11-7)로 누른 것. 초등생이 실업 선수를 꺾은 것과 3회전에 오른 것은 오준성이 대회 사상 최초였다. 비록 3회전에서 박정우(KGC인삼공사)에 0-3으로 졌지만 오준성은 이번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유빈도 실업팀 '선수들'을 꺾었다. 단식 2회전에서 비록 이슬(미래에셋대우)에 1-3으로 졌지만 혼합복식에서 3회전에 진출했다. 조대성(대광중 3학년)과 짝을 이룬 신유빈은 2회전에서 최원진(보람할렐루야)-박주현(렛츠런파크) 조에 3-1(11-8 11-3 4-11 12-10)으로 이겼다. 다만 3회전에서 남자 주니어 대표팀 에이스이자 삼성생명 입단이 확정된 안재현(대전동산고 3학년)과 실업 선수 조유진(삼성생명)에 막혔다.

    ▲오준성 "내년에는 5회전까지 갈래요"

    오준성은 10년 이상 대표팀 간판이었던 오상은 미래에셋대우 코치의 둘째 아들이다. 오 코치는 2000년부터 4번 올림픽에 출전했고,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 대회에서 단체전 각각 동메달, 은메달을 따냈다.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다. 23일 경기 뒤 만난 오 코치는 "첫째 아들은 책을 보면 잘 읽는데 준성이는 잠만 자더라"면서 "그래서 축구, 탁구 등 운동을 시켜봤는데 눈이 말똥말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부상 위험도 있고, 크게 되지 못했을 경우 미래가 좀 불안했다"면서 "탁구는 그래도 은퇴 이후 (레슨 등으로) 삶이 보장되고 아버지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선택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학년. 각 학년 최강으로 군림할 만큼 쑥쑥 컸다. 본인의 노력과 함께 바쁜 시간을 쪼갠 아버지의 맞춤 지도도 있었다. '탁구 신동'으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였다. 지난해는 은퇴를 앞둔 아버지와 함께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복식에도 출전했다. 비록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부자 출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경기 후 눈물을 보였던 오 코치는 "그때는 내가 너무 못 해서 졌다"고 웃었다.

    오준성은 어머니의 피도 물려받았다. 예전 한국화장품 등 실업팀에서 홍차옥, 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 등과 함께 뛰었던 이진경 씨다. 현재 가정주부인 이 씨는 "준성이 학교 때문에 이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면서 "탁구부가 있는 학교로 옮겨야 했는데 전세가 너무 비싸서 집을 사야만 했다"고 그동안의 녹록치 않았던 뒷바라지를 들려줬다. 맹모삼천지교가 따로 없다.

    지난해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오상은 코치가 아들 오준성을 안고 있는 모습.(사진=월간 탁구)

     

    25일 경기 뒤 전화 통화에서 오준성은 "힘들었지만 목표를 달성해 기분이 좋고 부모님도 잘 했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1회전 탈락의 아쉬움 속에 올해 목표는 3회전으로 잡았는데 이뤄낸 것이다. 오준성은 "초등생 최초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아직 그걸 실감하지는 못하겠다"고 다소 어리둥절한 듯했다.

    그러나 목표는 다부졌다. 오준성은 "올해 대회를 해보니 내년에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5회전(8강)까지 진출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어머니 이 씨는 "3회전에서는 언론 등의 관심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아쉬워 하면서도 "오늘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아들이 대견한 듯했다.

    이에 앞서 오준성은 23일 인터뷰에서는 "아버지가 (런던올림픽 때) 중국 선수들과 싸워서 은메달을 땄는데 내가 금메달을 선물해드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들려주기도 했다. "아버지는 백드라이브가 일품이지만 단점은 없다"던 효자다. 오 코치는 "힘과 함께 적극적인 공격법을 익힌다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덕담했다.

    ▲신유빈 "올림픽도 좋지만 세계선수권 金 욕심"

    사실 '탁구 신동'의 원조는 신유빈이다. 4년 전 신유빈은 이 대회 1회전에서 대학생 언니를 꺾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이미 신유빈은 5살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타왔다.

    이후 신유빈은 잘 컸다. 1년여 만에 10cm 가깝게 자란 키뿐만이 아니라 실력과 인성까지다. 탁구인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한다. 사실 어릴 때부터 연예인 못지 않은 지나친 관심은 아이를 망치기 십상. 그러나 신유빈은 올해 최연소 주니어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18세 이하)에 나설 만큼 기량을 입증했다.

    스타성도 있다. 23일 경기 뒤 만난 신유빈은 "어릴 때부터 많은 관심이 부담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오히려 좋았고, 팬들이 많으면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3학년 때는 어릴 때라 이겼나 보다 했는데 올해는 준비한 것이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천진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신수현 수원탁구협회 전무도 선수 출신이다. 실업팀(삼성생명)까지 진출한 신 전무는 현재도 탁구클럽을 운영 중이다. 이번 대회 경기 진행을 맡은 탁구인이다. 자연스럽게 딸이 탁구에 입문할 바탕이 마련된 셈이다. 신유빈은 "놀이처럼 탁구를 시작했고 언니가 선수라 나도 해보겠다고 했다"고 입문 배경을 들려줬다.

    5살 때 탁구에 입문한 신유빈은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다.(자료사진=월간 탁구)

     

    신 전무도 딸을 잘 키웠다. 신유빈은 "아버지는 '꼭 이겨야 된다'가 아니라 '져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편하다"면서 "같이 탁구를 쳐도 물어볼 때만 기술과 요령을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다. 닦달하는 아버지가 아닌 것이다. 신유빈에게 목표를 묻자 "탁구 잘 치고 성실하고 예의 바른 선수"라고 답했다. 일단은 성적보다 인성이 우선인 셈이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녀지만 선수의 본분이 먼저다. "수업은 빠지지 않지만 다른 나라 말을 하는 것 같아 공부를 못 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한 신유빈은 "(아이돌) 아이콘의 서울 콘서트를 가봤는데 기자님은 아시냐"고 물어본 뒤 "들어봤다"고 하자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그러나 "너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탁구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이를 앙다물었다.

    원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도 좋지만 세계선수권을 제패하고 싶다"는 신유빈은 "인원 제한이 있는 올림픽과 달리 선수들이 모두 나오는 명실상부한 대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져도 된다"고 했지만 지기 싫은 딸이다. 신유빈은 "일단 경기는 이기고 싶다"면서 "훈련을 안 하면 지는 거니까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보답이 올 것"이라고 어른처럼 얘기했다. 아버지의 못 다 이룬 선수의 꿈을 딸이 잇고 있다.

    현재 한국 탁구는 선수의 피를 이어받은 유망주들이 적잖다.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의 외동딸인 유예린(11 · 군포 화산초)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정화 감독 등 전문가들은 "2세 선수들은 재능을 갖춘 데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탁구와 가까워질 수 있고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과연 이들이 잘 자라 한국 탁구의 부활을 이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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