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 출범식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이언주 의원과 바른정당 정운천, 오신환 의원이 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통합 논의를 가속화함에 따라 국당 통합 반대파들이 본격적인 저지 움직임에 들어갔다. 전당대회를 막는 것은 물론 독자적인 신당 창당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배숙 의원 등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소속 의원 10여명은 전날에 이어 3일에도 따로 모임을 갖고 안철수 대표가 추진중인 바른정당과의 통합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안 대표의 통합 신당에 맞선 반대파의 독자적인 신당 창당까지 논의됐다.
운동본부 대변인격인 최경환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헌당규상 지금의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여러 의원들이 새로운 결의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개혁신당 추진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개혁 신당 논의는 당을 구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같이 갈 수도 없고 같이 갈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당 창당 결행 마지노선은 2월 4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일인 2월15일 전에 창당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반대파 핵심 관계자는 "호남 표심으로 국민의당이 탄생했는데 그걸 다 배신하고 전국 정당으로 간다는 건 맞지 않다"며 "만약 갈라선다고 하면 중도쪽 의원들도 올 것"이라며 교섭단체 20명 이상을 꾸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2+2 통합창구를 공식 통합추진협의체로 격상시켜 통합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당내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는 모양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보수대야합이라고 규정하며 보수 통합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내부적으로는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 대표에 대한 반감도 상당히 크다.
안 대표가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호남에 이어 여의도까지 번지고 있다.
통합파이자 사무총장으로서 통합 실무 역할을 도맡고 있는 김관영 의원의 최측근 보좌관이자 국민의당 보좌진협의회 회장이 "갈 수 없는 길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국민의당 보좌진 '엑소더스'현상도 가속화중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호남이 지역구인 만큼 바른정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안철수라는 사람을 대표로 인정하고 같이 갈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당을 이렇게까지 분란으로 몰아넣고 호남을 버리면서까지 영남으로 가려고 하는 안 대표와는 결코 같이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안 대표측이 전당대회에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파의 신당 창당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반대파 핵심 관계자는 "전대 의장을 맡고 있는 통합 반대파 이상돈 의원에 대한 대행을 지정하고 전자투표 방식으로 전대를 약식으로 치르면 전대를 무산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만약 전대가 무산되더라도 추후에 전대를 또 열 경우에는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안 대표측은 2월 안으로 바른정당과 신설 합당 방식의 통합을 완료하기로 합의하고 세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무총장인 김관영 의원은 반대파 핵심 인물인 이상돈 전당대회 의장, 부의장인 이용호 정책위의장 등을 차례로 만나 설득 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귀국한 손학규 고문이 반대파를 설득하며 통합 추진 과정에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손 고문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반대파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민의당 분당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