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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비트코인이 '튤립 버블'과 다른 이유

    인터넷 관점에서 보는 가상화폐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가상화폐 열풍이 불면서 '투기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루에도 30% 넘게 출렁이는 가상화폐 거래 시장을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버블'에 빗대어 "비트코인은 거품"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상화폐는 분명 버블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2월 연초대비 17배, 3년 전보다 64배나 폭등하며 튤립 버블 이상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가치 측정은 쉽지 않다. 이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변동이 심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서 이러한 모호함이 버블을 만들어 낸다.

    내재된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상품을 샀다가 비싸게 오르면 적정한 시기에 파는 '가치투자자'와 장세가 상승세냐 하락세냐 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장 심리,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매매하는 '모멘텀 투자자'가 시장에서 만나면 비트코인과 같은 전혀 새로운 개척 시장은 이 모호함과 불확실성 때문에 가치투자자의 신념보다는 모멘텀 투자자의 데이터가 신뢰를 얻게되고 가격은 이를 따라간다.

    여기에 투기자본이 끼어들면서 거대한 자금의 영향력을 이용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이득을 가져가는 상황이라는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탕아' 비트코인은 인터넷 기술의 산물

    그렇다면 인터넷 기술 관점에서 가상화폐를 바라보면 어떨까. 일본 임프레스 R&D의 이세리 마사노부 대표이사의 칼럼을 통해 '인터넷 관점'에서 들여다 본다.

    인터넷이 가지는 근원적 특징은 △쌍방향(interactive) △종단간(End-2-End) △월드와이드(Worldwide) 3가지다. 다시말해 인터넷은 단말과 단말 또는 컴퓨터와 컴퓨터가 전 세계로 연결되는 쌍방향 통신 네트워크다. 이러한 특징은 전자메일과 웹브라우저의 개발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 됐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특징은 개인과 개인(P2P)이 은행 등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국내와 국외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으로 송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이메일이 SMPT를, 웹은 HTML과 HTTP라는 인터넷 기반의 기술을 사용하여 개인 대 개인 파일 공유 기술인 P2P(Peer to Peer)를 통해 구현되듯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도 이러한 인터넷 응용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사노부는 비트코인을 인터넷 초기 시대를 풍미했던 웹브라우저 넷스케이(Netscape)에 비유했다. 1994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상용화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는 현재의 인터넷 기술과 개념을 널리 확산시킨 전설적인 응용프로그램이다. 가상화폐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응용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넷스케이프와 유사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넷스케이프는 1995년 미국 주식시장 상장(IPO)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거액의 자금을 모으고 닷컴(인터넷 벤처)붐을 견인한 장본인이다. 그는 넷스케이프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유망분야 창출과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신경제(new economy)'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면 비트코인은 '신신경제(new new economy)'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는 서비스 제공자에 가입하여 인터넷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해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투기 광풍으로 지금은 사용자들이 비트코인의 투기적 가치에만 주목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상화폐의 본질은 매매·송금·수금·관리 등을 해주는 서비스다.

    마사노부는 인터넷 기술의 방향과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이나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해 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며 가입한 뒤에도 가상화폐를 사지 않아도 되지만, 언젠가 지인이나 기업 서비스를 통해 가상화폐를 송금받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는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그러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 비트코인이 아니라 '사이버 경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투기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튤립 버블'과 같은 실제 세상의 역사적 사건에 비유해 설명하려 하지만 가상화폐 문제는 사이버 세상의 사건이며, 실제 세상의 잣대로 측정하는 것은 그 본질이 잘못됐다고 마사노부는 지적한다.

    실제 세상의 물건이나 서비스는 물리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성장은 자연히 한계가 있다고 말한 그는 튤립은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성장하지 않지만 디지털 기기는 '무어의 법칙'으로 진화하고 네트워크의 가치는 '메칼프의 법칙'으로 진화한다는 논리를 들었다.

    이번 현상은 크게 보면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화폐의 출현으로 그 미래 기대 가치에 의한 투자가 사이버 세계에 몰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넷스케이프를 선봉으로 한 하이테크 벤처 기업들의 경쟁적 기업상장(IPO)을 통한 막대한 부의 창출이 생겨났고, 이같은 영향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져 한국에서도 벤처붐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금이 주로 주식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돈도 현실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에는 돈이 사이버 세계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즉, 현실 세계보다 사이버 세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것. 이 점이 돈을 사이버 세계에서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상화폐의 장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물리적인 실제 화폐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현금화 되어 실재하지 않는 사이버 세계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니 현실 세계의 가치보다 가상현실인 사이버 세계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를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IPO와 동일한 구조로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ICO는 주식 대신 가상화폐를 발행하여 증권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개인들로부터(종단간: End-to-End)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런 가상화폐를 응용하는 기술을 통해서 사이버 세계는 더 완전해질 것이라고 마사노부는 강조한다.

    임프레스 R&D의 이세리 마사노부 대표이사

     


    ◇ 가상화폐의 가치는 먼 미래에 있다

    마사노부는 다만 넷스케이프가 성공하고 10년이 지난 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밀려났고 다시 몇년 후에는 구글의 크롬(Chrome)이 IE를 제치고 메인 점유율을 차지했다며, 이러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의 주류로 남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의 역사는 비트코인이 발명된지 10년에 불과하지만 1972년 첫 선을 보인 네트워크 전송 프로토콜 TCP/IP 기술이 인터넷에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까지 20년, 웹브라우저를 처음 발명하고 넷스케이프가 등장하기 까지 14년, 크롬이 등장하기 까지 28년이 걸렸다는 점을 상기하면 가상화폐는 이제 막 스타트를 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수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들) 중에서 비트코인의 개량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이나 라이트 코인이 비트코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어쩌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상화폐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마사노부는 넷스케이프의 파생 시스템인 모질라(Mozilla)의 예를 들며 현재까지 가장 대중적이었던 비트코인도 어떻게든 그 DNA를 다른 형태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김민수기자

     


    ◇ 가상화폐의 가치는 식지 않는다

    가상화폐는 여전히 개발과정에 있다. 마사노부는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전체 가상화폐의 가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터넷의 산물이며 인터넷의 속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메일이나 웹, 전자상거래, SNS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현재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오히려 기존의 인터넷이 다양한 기술과 융합하며 진화했던 과정을 생각하면 그나마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까.

    만약 가상화폐가 폭락하거나 소멸된다면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에 본질적인 결험이 있거나 기존 틀과의 충돌로 국가의 규제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한 마사노부는 전자의 경우에는 포기하고 다음 기술 혁신을 기다려야 하지만 후자가 된다면 지금까지 인터넷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일부 국가의 규제가 이 진화를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인터넷 혁명의 제 2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하는 돈이 디지털화하고 있으며 중개자를 통하지 않고 개인 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미래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 과학자이자 상호작용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인 앨런 케이(Alan Curtis Kay)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자신은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에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상화폐는 거품인가?"라는 자문에서, 가상화폐가 실제 통화를 웃돌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거라면 "제한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럼 더이상 돈을 투자 하지 말라는 의미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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