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더미 속 '설마…' 했는데
- 무서워서 차마 열어보지 못해
- 기력없이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
- 구조 직후 병원 옮겼지만 결국…
- "상식 이하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동원 (최초 발견자)
29일 0시. 그러니까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던 그 추운 밤에 살아 있는 개 한 마리가 종량제 봉투에 묶인 채 발견이 됐습니다. 천안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길을 거닐던 한 시민이 그 쓰레기 종량제 봉투 안의 개를 발견하고는 112에 신고를 한 겁니다. 안타깝게도 그 개는 월요일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 추운 날 기르던 반려견을 그렇게 버렸을까요. 정말 어제 많은 분들의 공분을 산 이 사건 최초 발견자를 저희가 찾았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연결해 보죠. 천안시민 권동원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권 선생님 안녕하세요?
◆ 권동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던 그 밤, 어디쯤에서 발견하신 거예요?
◆ 권동원> 일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 그런 코스인데요. 지나가고 있는데 강아지가 우는 소리가 들려서요.
◇ 김현정> 그냥 골목길인데, 주택가?
◆ 권동원> 그렇죠. 항상 쓰레기를 버리는 그런 장소예요.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쳐다봤더니 강아지는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종량제 봉투 박스가 들어있더라고요.
개가 발견된 쓰레기집하장 장소 (사진=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제공)
◇ 김현정> 잠깐만요. 저는 사진을 봤어요. 그랬더니 주택가에 여러분, 쓰레기를 대충 막 쌓아놓는 곳 있잖아요. 그런 곳인 거죠. 개소리가 나는데, 개가 낑낑거리는 소리였어요?
◆ 권동원> 멍멍 소리가 아니고요. 뭔가 갇혀 있는 둔탁한 소리여서 왠지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발로 쳐봤더니 다름 아닐까 거기에 봉투 안에 박스에 있던 거죠.
◇ 김현정> 설마 하면서 열어보셨겠네요?
◆ 권동원> 아... 처음엔 차마 열지 못 했어요.
◇ 김현정> 열지도 못 했어요?
◆ 권동원> 네. 무섭기도 하고요.
◇ 김현정> 그래서 열어보니까 강아지가 어떤 모습으로 있었습니까?
◆ 권동원> 경찰관 불러서 같이 열어봤거든요. 개봉하는 순간 강아지가 누워 있고 좀 아픈 강아지처럼 보이더라고요. 숨이 많이 헐떡이는 것처럼 보였고요. 기력이 되게 없는 강아지처럼 많이 보였어요. 눈도 거의 반쯤 풀려 있는 상태고 침도 좀 많이 흘린 상태로 보였거든요.
◇ 김현정> 이미 기력이 다 빠진 상태?
◆ 권동원> 네. 일단은 몸도 지킬 수 없는 정도니까요. 바로 누워 있는데... 그걸 다시 생각하기도 싫고 아무리 강아지라도 그건 가슴 아픈 장면이죠.
◇ 김현정> 떠올리기만 해도 끔직하실 텐데요. 사람이 이렇게 접근하면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건강한 개라면 방어자세를 취해야 되잖아요?
◆ 권동원> 그렇죠. 당연히 좀 기력이 있으면 움츠리거나 짖고 눈도 많이 회전을 시키고 그럴 텐데 그런데 거의 눈도 반쯤 많이 풀렸고.
◇ 김현정> 그냥 축 처진 채.
◆ 권동원> 그냥 누워서 펄럭이는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종도 코카스파니엘 종이더라고요.
◇ 김현정> 코카스파니엘 그러니까 이건 영락없는 반려견이잖아요, 코카스파니엘은.
◆ 권동원> 맞아요.
◇ 김현정> 영락없는 반려견, 애완견.
◆ 권동원> 보는 순간 저 말고 옆에 지인도 있었는데 순간 너무 참혹한거란 생각밖엔 안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 권동원> 너무 가슴 아프고 막 속에서 막 천불도 일어나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날씨가 보통 날씨입니까?
◆ 권동원> 그때도 추워가지고 진짜 빨리 어디 피신하고 싶은 그런 정도의 쌀쌀한 날씨였는데요. 체감온도는 아마 영하 18도 정도 될 거예요, 아마.
◇ 김현정> 영하 18도? 맞아요. 서울도 영하 18도, 20도 이럴 때쯤이니까 천안도 비슷했죠.
◆ 권동원> 맞아요.
◇ 김현정> 그래서 신고를 하고 경찰이 출동하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출동해서 데리고 갔죠.
◆ 권동원> 예, 데리고 갔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밤을 넘기지 못 하고 죽었네요, 결국.
◆ 권동원> 저도 그 얘기 들으니까 많이 가슴이 아프네요.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 채 발견된 개의 당시 모습 (사진=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제공)
◇ 김현정> 권 선생님이 그 개를 발견하지 못했으면서 어쩌면 더 빨리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나마 몇 시간을 더 살리는 셈이지만.
◆ 권동원> 그래도 그렇게 처참하게 버려진 거라 더 가슴 아프죠.
◇ 김현정> 대체 누가 주인일까요. 누가 그랬을까요. 그 근처에 사는 사람일 가능성도 일단 있겠네요?
◆ 권동원> 그럴 수도 있겠고요. 주위에서 그렇게 가까운데 버렸을까요. 좀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주변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멀리서 차 타고 와서 버리고 갔을 가능성도 있다?
◆ 권동원>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 김현정> CCTV가 있죠, 거기에?
◆ 권동원> 거기가 시민회관 근처라 그런 시설은 다 돼 있을 거예요.
◇ 김현정> 돼 있어요. 곧 꼬리는 잡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추운 날에 심지어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이렇게 내다버렸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이런 사람은 반려동물 키울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요?
◆ 권동원> 저도 키우는 입장으로는...
◇ 김현정> 키우세요?
◆ 권동원> 네. 저도 강아지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제가 더 아팠던 거예요. 차마 상식 이하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솔직히요.
◇ 김현정> 여러분, 그냥 키울 자격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이러면 이제 처벌받습니다. 동물학대 기준이 올해부터는 더 강화가 돼서 죽이는 행위 말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도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가 됩니다. 이 인간의 도리를 못한 개주인. 혹시라도 이 방송 듣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우리 발견자이신 권동원 씨가 한마디 따끔하게 대표로 하시겠습니까?
◆ 권동원> 강아지도 하나의 생명이고요. 반려견을 키웠던 분도 처음에 예뻐서 많이 키우셨던 강아지인데요.
◇ 김현정> 그렇겠죠.
◆ 권동원> 상황이 어떤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도리를 잘 지켜주고 행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럼요. 그 자신이 없었으면 아예 키우시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 권동원>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못 키울 상황이라면 어디서 받아주고 아무래도 아픈 강아지라고 하면 안락사도 시켜주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건데 그렇게 고통으로 해 주시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저희가 알아보니까 10살 정도 된 노견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키우다 키우다가 시름시름 앓고 뭐 이러니까 버린 게 아닐까 이렇게 전문가들이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엄연한 동물학대입니다. 이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런 일들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권 선생님, 오늘 감사드리고요. 좀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고맙습니다.
◆ 권동원>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천안 시민, 버려진 개 최초 발견자 권동원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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