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을 테면 찍어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6일 오전 강릉 영동대학교에서 훈련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이 결전지에 입성한 뒤 첫 훈련이 진행된 6일 강원도 강릉영동대학교 아이스링크. 전날 오후 강릉선수촌에 입촌해 충분히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오전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대회 개막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앞으로 오전 오후 예정된 훈련은 모두 소화할 것"면서 "훈련을 1번과 2번 하는 것은 차이가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훈련 초반 가볍게 몸을 푼 뒤 트레이닝복을 벗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힘차게 빙판을 지친 선수들은 호흡이 중요한 계주 훈련도 소화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전이 기대되는 최강 한국 쇼트트랙인 만큼 관중석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선수들의 훈련 장면 취재로 열기가 뜨거웠다.
다만 관중석에는 국내 취재진이 아닌 인원들도 눈에 띄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윌프 오라일리 해설위원도 있었지만 바로 중국, 헝가리 선수단 관계자들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영상으로 담으려는 전력 분석 요원이었다.
김선태 감독은 "다른 나라 관계자들이 영상을 찍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우리 전력 분석 요원도 경쟁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찍어온다"고 덧붙였다.
'봐도 못 따라온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6일 오전 강릉 영동대학교에서 계주 훈련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상대국 선수들의 훈련 영상 촬영은 한때 금기시됐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중국이 이른바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몰래 촬영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소치올림픽 때는 훈련 장면을 오픈했다. 당시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밴쿠버 때는 중국 요원들에게 물병을 던졌는데 소치 때는 '니 하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면서 "서로 모두 상대 전략을 알고 있어 숨길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없는 만큼 공개하는 게 편하다. 김 감독은 "링크를 공개 대관해서 하는 훈련을 촬영하는 것은 관계 없다"면서 "그러나 비공개 훈련을 촬영하는 것은 안 된다. 예전에 중국 등은 그래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개 훈련 영상이라도 이를 얼마나 철저하게 분석하느냐가 중요하다. 재료가 있지만 요리를 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연맹 관계자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모두 전력 분석원이 있다"면서 "매일같이 경쟁국 선수들의 영상을 대표팀에 전달하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함께 밤 늦게까지 분석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도 "전력 분석팀의 영상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겼다.
한국 쇼트트랙은 그동안 최강의 자리를 놓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이른바 '몰카' 소동도 한국이 강한 까닭이다. 오라일리 BBC 해설위원도 "한국은 강한 팀이고 이번 대회 많은 메달을 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견제와 분석에도 한국 쇼트트랙은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상대 분석에서도 한국은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분석하는 것보다 더 세밀하고 깊이 있는 전력 분석.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또 다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