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주최 IOC 집행위원 초청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둔 가운데 이런저런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회 운영을 책임져야 할 인력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수송과 숙박 등과 관련해 불편을 견디다 못해 일부가 모의 개회식 행사를 보이콧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또 민간안전요원 사이에서는 집단 식중독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회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기사를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럼에도 CBS 특별취재팀이 잇따라 이와 관련해 보도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위야 물리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해도 뒤죽박죽 수송 때문에 강원도 칼바람에 떨어야 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 식수가 오염돼 식중독에 걸린다면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동분서주하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의외의 사태에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3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셔틀버스 등 미숙한 운영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보이콧 사태를 진정시켰고, 4일 밤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에는 격리 조치와 함께 대체 인력을 긴급 투입한다는 방안을 5일 자정이 넘어 보도자료로 배포했습니다.
그야말로 구멍난 둑을 손가락으로 막아보지만 여기저기 물이 새는 형국입니다. 이희범 대회 조직위원장은 지난 2일 호소문을 내고 "동계올림픽은 산간지역에서 개최돼 여러 면에서 원천적인 어려움이 있다. 운영인력을 11개 시군 86개 숙소로 분산 배치해 불편은 매우 커졌다"면서 "객실 정원 하향 조정, 숙박시설 서비스 강화, 수송 능력 확대, 근무 시간 조정과 난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양새입니다.
상황은 이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장의 현실 인식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대회 준비에 대단히 만족한다면서 현재 평창올림픽의 상황과 적잖은 괴리감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4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IOC 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집행위에서 발표된 평창 조직위의 브리핑과 관련해 바흐 위원장은 "몇 가지 상황이 완료되지 않은 것 있지만 준비 과정이 굉장히 훌륭하다"면서 "동기가 부여된 팀이 일을 하고 있는 덕분이라 생각하고 다시금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대회 운영 인력의 노고를 언급하며 시설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특히 혹한에도 밤낮 없이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다시금 감사한다"면서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도 많은데 너무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설이 매우 훌륭하고 선수촌은 직접 방문했는데 양 선수촌 모두 매우 좋다"면서 "거듭 강조하지만 선수촌은 역대 대회 최고 중에도 손꼽힌다. 선수들도 만족스러워 하더라"고 호평했습니다.
대회의 성공도 확신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아주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대회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시설과 베뉴 모두 잘 준비돼 있고,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흐 IOC 위원장(오른쪽)이 4일 오후 평창올림픽 MPC 강원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과 함께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평창=노컷뉴스)
물론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의 수장이 개막을 코앞에 둔 평창 대회에 대해 상황을 알든 모르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켜도 부족할 판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IOC 위원장의 회견 내용과 추위에 떨고 식중독에 신음하는 평창올림픽의 현실은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날 바흐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따뜻한 MPC 실내에서 진행됐습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견 내용을 받아치느라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MPC를 나와 숙소로 돌아갈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강원도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더군요. 마치 엄혹한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과 IOC 위원장의 현실 인식 사이의 괴리감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제 평창올림픽은 4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ps-바흐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그동안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최대 난관을 언급했습니다. "2년 전 이희범 위원장이 새로 부임했을 무렵 대회 준비 상황이 너무 더뎠다"고 밝힌 바흐 위원장은 "북핵 위기로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해 가을"도 두 번째 난관으로 꼽았습니다. 어쨌든 두 번의 큰 위기는 넘긴 셈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지금일지도 모릅니다. 대회 개막이 임박한 이 시점에서 동시다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평창올림픽을 마친 훗날 바흐 위원장이 대회 개막 전을 어떻게 회상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