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문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연극계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립극단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24일 국립극단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이번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방식을 불문하고 연극을 사랑해주신 분들이 성폭력의 가해자와 직, 간접적으로 만났던 접점에 국립극단이 있었다. 실망과 절망을 느끼고 계실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국립극단의 공연 제작 과정에서도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 사건,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 사건, 오동식 연출의 폭력 사건 등이 있었다"며 "지금 수면 위로 떠오른 연극계 전반의 성폭력 사건들을 마주하며 국립극단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 폭력, 성폭력을 포함한 인권 침해 관련 사건에 대해 철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사건 발생 시 더욱 강력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며 "국립극단의 미흡한 조치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국립극단은 "섣불리 해결방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진심을 담아 더 구체적인 선, 후 조치를 준비하여 그 동안 반복되었던 폐단을 근절하고자 한다"면서 성폭력 및 인권침해에 대한 인식 부재와 시스템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방안을 내놨다.
우선 국립극단은 계약서 내 성폭력 관련 조항을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보완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 공공예술단체 및 공연장 관계자들과 함께 성폭력 관련 첫 번째 법률자문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또 성폭력 사전 예방을 위해 극단 임직원들의 성교육을 강화하고, 협업 배우 및 스태프 대상 성폭력 관련 지침과 정기적인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신고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작품별 인권 침해 문제 처리 담당자를 별도 지정하겠다는 계획과 향후 폭력, 성폭력 등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문제 발생시 어떠한 경우도 예외 없이 즉각 조치하여 안전한 공연제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립극단은 "현재 임직원 모두는 피해자 분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바른 공연제작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등 3개의 연극 전용극장을 보유한 국대 최대 연극제작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