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김어준 총수는 23일 유투브 등을 통해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제가 간만에 예언을 하나 할까 한다"고 운을 뗐다.
"이것은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보이는 뉴스다. 최근에 '미투' 운동과 권력 혹은 위계에 의한 성범죄 뉴스가 엄청 많다. 이걸 보면 '미투 운동을 지지해야겠다' 그리고 '이런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는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이것을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우린 오랫동안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사안을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에 훈련된 사람들"이라며 말을 이었다.
"(공작의 눈으로 미투 운동을 보면) 첫째,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 그러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 매체들을 통해 등장시켜야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를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것이다."
김 총수는 "지금 나와 있는 뉴스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면서도 "예언한다, 예언. (미투 운동을 공작에 활용하려는) 누군가가 앞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타깃은 결국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이라고 말했다.
"최근 댓글 공작의 흐름을 보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인다. 밑밥을 까는 그 흐름이 그리(미투 운동을 공작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로 가고 있다. 준비하고 있다. 우리와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공작의 세계에서는 사안을 완전히 다르게 본다. 여기서 자기들이 뽑아서 어떻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나의 관점으로만 본다"며 "거기에 윤리나 도덕이고 다 없다. 그 관점으로 보면 올림픽이 끝나면 틀림없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 혹은 기사들이 몰려 나올 타이밍"이라고 했다.
◇ "누구도 '쏘나기는 피했다'며 안도할 수 없기를 바란다"해당 발언은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어준의 발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들의 인권 문제에 무슨 여야나 진보 보수가 관련이 있나.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어도 방어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깊이 깊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도 같은 날 "김어준 왈, 공작의 눈으로 보자면 미투 운동의 댓글 흐름은 앞으로 좌파분열의 책동으로 이어질 거라는데, 내 생각에 저들은 이미 권력에 대항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취해 판단력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뭔가 기분이 스믈스믈 상당히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느낀 거 같다. 이런 촉은 아주 잘 발달되어 있으니까"라며 "그 동물적 감각. 맞다. 여자들이 입을 열면 세상은 터져버릴 거라는 뮤리엘 루카이저의 말대로, 지금은 천지가 개벽중"이라고 진단했다.
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역시 "그렇다면 언론인(이라 치고, 더구나 김어준이 건조하게 사실만 전달해온 것도 아니고 말이지)으로서 김어준이 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말이다"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나는, 잘못한 자는 잘못이 뭐라고 밝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억울한 자는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사정을 밝혀 이 경우는 억울하다고 주장해주고,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일이 도처에 만연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사회의 여론을 모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김 변호사는 "말하자면, 기왕 이렇게 발언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김어준이 어떻게 미투 운동을 대하고 다룰 건지 그게 알고 싶다는 거다. 설마 모든 미투 운동이 공작이라고 할 것은 아니겠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리고 바라기는, 미투가 절대로 화르르 불붙었다가 단기간에 꺼지는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증언이 질기게 오래 꾸준히 나오기를 바란다. 어떤 진영이 득세할 때만 벌어지는 운동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누구도 쏘나기는 피했다며 안도할 수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다들 저런 짓, 즉 성폭력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겠다고 조심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