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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 '미투' 해명…비판은 난독이 됐다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적은 없다"…정치권 인사들도 '난독 프레임' 가세

    (사진='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화면 갈무리)

     

    '미투(Me too) 운동이 공작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빚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로 인해 "미투 운동이 공작 소재로 악용될 수 있다는 프레임 자체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도록 만드는 2차 가해요 운동 동력 훼손"이라는 비판을, "의도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난독으로 폄하한다는 지적이 인다.

    김어준 씨는 26일 아침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실 관계를 정리하면 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문제제기를 했다. 금 의원 주장의 요지는 그런 제 말이 미투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 의식이다. 금 의원은 본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다. 금 의원과 저를 싸움 붙이는 것은 소용 없으니 그만들 하시라."

    그는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요지는, 금 의원의 우려도 염두에 두면서, 동시에 아주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며 "미투 운동은 진보·보수할 것 없이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적 폭력을 고발하고 그 문화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누군가는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중요한 기회를 진보 진영 내 젠더 갈등으로 가둬 버린다"며 "이렇게 프레임이 잡히면 미투 운동이 흔들린다. 진보 진영 내 분열로 끝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은 이 미투 운동을 진보 진영에 대한 공격 소재로만 연결해서, 그렇게만 이용하려는 의도와 시도를 볼 때마다, 이미 보수정당에서는 '청와대가 사과하라'고 성명도 내고, 댓글부대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기사도 이미 있다. 이럴 때 진보적인 여성 지지자들은 당황한다."

    김 씨는 "당황할 필요 없다. 그런 것이 바로 미투 운동을 공작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세력, 그런 기사, 그런 의도를 볼 때마다 여성계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너희들은 닥쳐라' '시끄럽다' '꺼져라'라고. 이게 진보 보수 문제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그러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운동을 그렇게 이용하는 것, 이용 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아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지, 안 그러면 본질은 사라지고 운동은 소멸되고 공작이 남는다. 제가 우려한 바는 그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 "잘못을 지적 받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

    '난독'을 강조하며 부연에 공을 들인 김 씨의 태도는, 이러한 입장을 옹호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앞서 김 씨의 해당 발언이 문제로 불거진 25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시사에 대한 약간의 상식과 고2 국어 수준의 독해력이 필요한 문장이었지만 이렇게 해석이 분분할 줄 몰랐습니다"라며 "괜한 상상력으로 억측 마시고 김어준 씨 글 전문을 읽어보실 것을 제안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어준 씨 예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댓글단과 보수언론의 전형적인 이슈몰이입니다. 그런데 사람 잘못 봤습니다"라며 "김어준 씨가 눈하나 깜짝할까요? 어쩌면 이런 소란이 더 일찍 일어나서 자신이 직접 대응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걸요. 내일 아침 시작될 김어준의 반격이 기대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손 의원은 김 씨 발언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을 향해 "이거 댓글단의 공작입니다. '뉴스공장' 없는 금요일에 생성, 주말에 퍼뜨려 생채기를 내려는 악성 댓글공작"이라며 "요즘 김어준 씨 공격받는 댓글집단의 그림자가 확연합니다. 전체 맥락과는 달리 딱 오해할 만하게 잘라 편집,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당 정청래 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김어준과 통화했다'라는 제목과 함께 "난독증도 이런 난독증이 없네. ㅍㅎㅎ 뜨고 싶었나. ㅍㅎㅎ 냅둬요. ㅍㅎㅎ 천지분간도 못하기는"이라며 김 씨와 통화한 내용으로 보이는 글을 적었다.

    이와 관련해 문화평론가 손희정 씨는 자신의 SNS 글에서 "잘못을 지적 받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 태도가 문제 아닙니까? '김어준의 반격'이 도대체 뭘까요?"라며 "이제 더민주 스탠스에 있는 자들, 나꼼수 '편'에 서 있는 자들에 대한 미투 목소리가 터져나오면 공작인지 아닌지 눈을 켜고 뒤를 캐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요?"라고 꼬집었다.

    "미투가 터져나온다면 그건 '공작' 탓이기 이전에 당신들이 범죄를 저질렀고 행실이 단정하지 않았고 권력에 눈이 멀어 망상에 빠져 타인의 존엄을 침해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의 미투 운동은 정치적입니다.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 지형을 잘 이용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이건 좌우, 진보 보수, 문화계 정치계를 가리지 않는 진영 없는 싸움입니다."

    그는 "여성들이 진보의 성적폐와 싸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다면 '해일 조개 타령'과 같은 마타도어에 휘둘리지 말고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손혜원 의원님, 정치 제대로 하시려면 코르셋부터 좀 벗으시죠"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어준과 통화했다'는 정청래 전 의원의 SNS 내용을 공유하면서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너무 천박해서 코멘트 할 것도 없지만, 자료 삼아 킵해둡니다"라며 "역사가 기록할 겁니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당신들이 난독이죠"라고 비판했다.

    작가 손아람 씨도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정부 고위직의 성추행 사실을 먼저 입수한 김어준이 예방 공작에 들어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라며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엠바고 기간 동안 노이즈를 깔아 완충지를 만드는 건 국가정보론에서도 다루는 공작 방식"이라고 김어준 씨의 발언을 풍자했다.

    그는 "처음 터지는 그 사람이 바로 김어준이 보호하려고 했던 사람일 것"이라며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공작의 사고방식'에 따른 예언임. 다시 말하지만 "공작의 사고방식"에 따르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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