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대폭 늘었지만, 혁신은 '글쎄'
'통화되는 고성능 카메라'
갤럭시S9을 써 본 (주관적인) 느낌이다. 티저 그대로였다. 초고속 피사체의 초저속 촬영 '슈퍼 슬로모션', 어둠 속에서도 또렷한 '저조도 촬영'. 나를 닮은 'AR 이모지'. 언팩2018 초청장에 예고한 'The camera, reimagined'를 구현했다. 다만, 새 폰인데 뭔가 낯설지 않다.
◇ 전작과 같은 18.5:9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라일락 퍼플' 색상 추가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박람회 'MWC2018' 개막 하루 전인 25일(현지시각) 오후 갤럭시S9 공개 직후 8시간 만에 26일(한국시각) 국내 전국 대부분 휴대전화 매장에는 갤럭시S9·S9+ 체험존이 마련됐다.
박수와 찬사가 쏟아지던 바르셀로나 언팩 현장만큼 국내 체험존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공개 첫날이었지만,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방문객보다 취재진이 훨씬 많았다. 고성능 스펙에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탓도 있지만, 일단 딱 마주했을 때 외양적으로 전작과 바뀐 점을 찾기 힘들었다.
갤럭시S9·S9+ 디자인은 지난해 갤럭시S8에 처음 적용된 18.5대 9 비율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계승했다. 상단에 자리 잡은 홍채 인식 센서를 숨기고 전면 위아래 테두리(베젤)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면 고릴라글라스 두께를 다소 늘리고, 알루미늄을 교체, 좌우 베젤에는 각 0.1mm씩 살을 붙이면서 무게는 전작보다 각각 8g, 16g씩 늘었다.
'엣지' 덕분인지, 손에 착 감기는 듯한 그립감은 좋았다. 색상은 4가지. 미드나잇 블랙, 타이타늄 그레이, 코랄 블루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라일락 퍼플'이다. 디자인 면에서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이다. 한가지 눈에 띄지 않는 차별점은, 스마트폰의 아쉬운 음량을 하만 프리미엄 오디오 AKG 기술과 돌비 애트모스로 풍성함을 높였다는 점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카메라 샀는데, 통화가?"…'업계 최초' F1.5 조리개 '슬로모션'·'저조도' 촬영카메라는 '엄지 척'이다. 특히, 초보 유튜버인 기자에게 구매 욕구를 상당히 자극했다.
갤럭시S9 카메라 진화는 조리개에서 시작된다. 업계에서 가장 밝은 F1.5 렌즈와 F2.4 렌즈의 '듀얼 조리개'를 탑재한 것. 가장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로 어두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다.
매장 내 S존에는 초당 960프레임을 찍을 수 있는 '슈퍼 슬로모션'을 체험할 수 있다. 로또 추첨처럼 네모난 통 안에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카메라 앱에서 슈퍼 슬로 모션 기능을 선택해 직접 촬영해봤다.
12초 정도 찍었더니, 5~7초 구간 8~10초 구간쯤 분주하던 공들이 서서히 떠오르는 벌룬처럼 움직임이 느려졌다. 비싼 카메라로만 구현되던 영상 기술이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고 놀라웠다.
슈퍼 슬로모션으로 촬영된 영상은 반복 재생하는 루프, 반대로 재생하는 리버스, 특정 구간을 앞뒤로 재생하는 스윙 등 3가지 GIF 파일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촬영 뒤에는 노래가 삽입된다. 장르도 다양하다. 저장된 내 노래를 넣을 수도 있다. 무음도 가능하다. 일상에서 놓치는 순간순간을 담고, 혼자서도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상당한 집중력을 요했다. 초점을 맞추는 박스가 생성되는데 여기에 피사체를 잘 맞춰야 한다. 녹화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는 카메라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고정해야만 만족스러운 장면을 담을 수 있다.
초고속 촬영 뒤 원하는 구간을 설정할 수 없는 점도 아쉬웠다. 느린 움직임이 구현되는 구간은 자동으로 설정되는데, 편집은 불가능했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슬로모션 기능은 지난해 이미 소니가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에서 초당 960프레임을 촬영하는 슬로모션을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슬로모션을 촬영하는 오토 모션 디텍트 기능으로 소니의 슬로모션과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S존에서 직접 AR 이모지를 촬영해봤다. (사진=김연지 기자)
S존에서 직접 AR 이모지를 촬영해봤다. (사진=김연지 기자)
◇ 'AR 이모지' 재미는 있는데…카메라만 대도 '번역' 빅스비, 공부는 좀 더 해야갤럭시S9에서 새로 선보이는 'AR 이모지'는 평가가 갈린다.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이모지'는 카메라에서 AR 버튼을 눌러 찍은 셀피만으로 몇 초 만에 내 얼굴의 100개 점을 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실제 기자도 AR 이모지를 만들어 봤는데, "완전 똑같다"는 반응이 나온 언팩에서의 시연과 달리, 조금도 닮지 않은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저장된 아바타를 보니, 머리 길이만 좀 다르지 어째 다 비슷한 느낌이다.
갤럭시S9의 AR 이모지는 애플이 아이폰X에서 선보인 '애니모지'와 비슷하다. 아이폰X은 이미 만들어진 강아지, 여우 등 16가지 캐릭터에 사용자 표정 변화를 담아낸다면 갤럭시S9은 실제 이용자 모습 3D캐릭터로 생성한다는 것이다. 또 문자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 바로바로 SNS 등으로 소통할 수 있다.
다만, AR 이모지는 코끝을 찡그리거나 빠른 표정 변화는 잘 담아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목소리 싱크도 반 박자 정도 느렸다. 얼굴만 있는 아이폰X 애니모지와 달리 팔다리도 있었지만, 움직임은 반영되지 않는다.
빅스비도 진화했다. 카메라만 갖다 대도 프레임 속 외국어를 번역했다. 이 기능은 33개 언어를 자동 인식하고 최대 104개 언어까지 해석한다. 현재 서 있는 위치에서 맛집을 찾아주거나 메뉴에 대한 칼로리 등 관련 정보도 알려준다.
그러나 표지판, 메뉴 등 짧은 단어는 곧바로 정확한 해석이 가능했지만. 외국어로 된 사용 설명서를 내밀었을 때 빅스비는 헤맸다. 문장 내 일부 단어만 번역하거나, 그마저도 어색했다. AI 비서 후발주자인만큼 아직 많은 학습이 필요해 보였다. 빅스비 비전도 구글 렌즈와 닮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이폰X이 3D 얼굴인식을 선보이면서, 지문인식이 사라져 불편했던 점을 갤럭시S9은 보완했다. 지문·홍채·안면 인식 등 이른바 '인텔리전트 스캔'으로 햇볕이 강한 야외에서 홍채인식이 어려울 때는 얼굴인식으로, 목도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을 때는 홍채를 인식해 잠금을 푼다. 카메라 옆에서 하단으로 옮겨간 지문 인식 센서도 언제나 대기 중이다.
갤럭시S9·S9+는 오는 28일부터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공식 출시일은 내달 16일이다. 갤럭시S9 64GB 모델은 95만 7000원, 갤럭시S9플러스 64GB, 256GB는 각각 105만6000원, 115만 5000원이다. 아이폰X 128GB, 256GB 각각 142만원, 163만원에 달했던 프리미엄폰 거품은 그나마 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