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27일 전주지법 앞에서 전북교육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여대생에게 스토커 행각을 벌여 법정에 선 교육공무원이 아무런 행정적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수개월간 직위를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피해 사실을 밝힌 여대생은 이같은 사실에 더 힘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전북교육청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전북교육청 소속 7급 공무원 A(49) 씨는 지난해 11월 20일 협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 6월을 구형받고 오는 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전북교육청도 A 씨에 대한 감사를 벌여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근무하던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없는 다른 기관으로 인사발령 했을 뿐 현재까지 아무런 징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전북교육청 봉사동아리 회장인 A 씨는 2015년 보육원에서 당시 고교생인 B(19) 양을 알게 됐다. B 양이 대학에 진학하며 보육시설을 나온 뒤 A 씨는 '봉사'를 넘은 '남자'에 해당하는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전북교육청 소속 공무원 A 씨가 여대생 B 씨의 친구에게 보낸 SNS 메시지. (사진=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공)
공무원 시험 준비와 아르바이트 주선 등을 돕겠다며 수시로 연락했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욕설을 하기도 했다. '여행 가자'는 제안부터 '여자로 보인다'는 등의 말이 이어졌다. B 양의 여자친구가 수상한 접근을 가로막으려하자 A 씨는 '강간당할만하다'는 등 모욕적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기도 했다.
부적절한 접근과 폭언 등에 불안감을 느낀 B 양은 "A 씨가 저를 여자로 보는 것 같아요"라며 이같은 사실을 민간봉사단체 관계자에게 털어놓으면서 A 씨의 행각이 드러났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 씨가 성희롱 등을 했다고 보고 아동복지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강요, 협박 등 4가지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전북교육청도 자체 감사에 나서 중징계로 전북교육청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11월 20일 성희롱과 강요 혐의는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분하고 두 가지 혐의로만 A 씨를 기소했다.
'회장님이 사랑하는 것 알지' 등의 발언은 성희롱 혐의 인정에 부족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면 인증사진 보내라'는 식의 요구도 강요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의 기소 하루 뒤 열린 전북교육청 인사위는 수사가 진행 중이니 기소 여부를 지켜보고 판단하자며 A 씨에 대한 징계를 보류했다.
전북교육청은 교육공무원에 대해 통상 기소단계에서 직위해제, 1심 선고 시 징계를 결정한다. 그러나 감사부서는 사안이 중하다고 보고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지만 보류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일 A 씨에 대한 사건처리 통보 문서를 발송했고, 12월 4일 전북교육청은 문서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전북교육청은 검찰이 A 씨를 기소했다며 보낸 문서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식 문서를 통해 기소 결과를 전달받지 못한 탓에 A 씨에 대한 인사위는 표류했다.
검찰은 보냈지만 전북교육청은 받지 못했다는 문서 유실 논란 탓에 1심 선고를 앞둔 현재까지 A 씨에 대한 직위해제 포함 행정적 징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검찰 선에서 서류가 누락됐는지, 우리 선에서 서류가 사라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수사 관련 문서 중 일 년에 3~4건 정도 유실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A 씨에 대한 검찰의 사건처리 통보는 지난 2일 다시 전북교육청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A 씨에 대한 행정적 징계는 당초 기소가 이뤄진 지난해 12월 초보다 3개월가량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는 "A 씨 때문에 힘들어 한 B 양은 A 씨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더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