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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로 '미투' 1년째…"결코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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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로 '미투' 1년째…"결코 잊지 않겠다"

    '문개뿔' 운영자 '영화' 씨 "또다시 피해자들 고통만 남는 일 없도록…"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미투(#MeToo)' '위드유(#WithYou)'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피켓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개뿔'. 도발적인 느낌을 지닌 이 표현은 '문학은 개뿔'이라는 제목을 단 팟캐스트 방송의 준말이다. '부귀'와 '영화'라는 별칭으로 활동 중인 두 국문학 전공자가 지난해 7월부터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의 일환으로 운영했고, 현재 불붙은 '미투' 운동과의 호응을 준비 중이다.

    두 운영자 가운데 영화 씨는 5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016년 말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이 시작됐을 때 대학원 석사 과정 2학기를 다니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학기를 마쳤고, 학교 내 불합리한 성폭력·성차별 언행을 겨우내 떠올렸다. 등단을 준비해 온 입장에서 권력 관계에 의한 성폭력을 지켜보고 겪어 온 입장에서 커다란 회의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는 "멋모르던 시절, 선망의 대상이던 문단과 문인들은 조금 다를 줄 알았다"며 "문학은 약자 편에 서서 사회 모순을 폭로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학문이라고 배웠는데, 정작 그걸 가르쳐 준 사람들은 실천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깨졌다. 이듬해 3월 개강해 첫 수업을 듣는데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몇 달 사이 나는 너무나도 달라졌는데, 이곳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는구나'라는 너무나 큰 괴리감에 시달렸고 결국 대학원을 그만뒀다."

    영화 씨는 "이러한 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함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부귀였다. 현재 프랑스에 있는 그 역시 그곳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 비슷한 상실감을 겪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이야 '미투' 운동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지만,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이 시작된지 몇 달 만에 (언론 등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당시 가해자들로 지목됐던 문단 인사들은 다시 책을 냈고, 출판사에 취업했다. 그야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다. 이대로 잊힐 수는 없다는, 하다 못해 가해자들이 두 다리 뻗고 잘 수 없도록만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 "주눅들지 말고 눈치보지 않으며 쓰고 말하고 읽는 게 우리 무기"

    팟캐스트 방송 '문학은 개뿔' 로고(사진=운영자 제공)

     

    그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이전처럼 매가리 없이 끝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솔직히 불안감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없던 일이 돼 버리고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돌아갈까봐…. 앞선 '문단 내 성폭력' 운동 당시 와글와글 관심이 모아진 것도 잠시였다. 곧 잠잠해지면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됐으니까. 피해자들은 가해자들로부터 보복성 고소를 당했고, 언론에는 그러한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피해자들의 고통만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특히 "쉽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성폭력이) 몇몇 이상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토양 자체의 문제,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적을 이어갔다.

    "개인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연대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면서 함께 바꿔 나갈 일이다. 법과 제도를 통해 대책이 마련돼야만 하는 이유다. 문단의 경우, 권력형 성폭력을 막을 수 없는 등단·출판 시스템 아래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뒤에야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씨는 현재 팟캐스트 '문개뿔' 시즌2를 준비 중이다. 그는 "(시즌2에서는) 미투 운동과 문단 내 성폭력 이슈를 꾸준히 가져가면서 문학과 페미니즘을 함께 이야기할 생각"이라며 "문학이 약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글을 써 왔지만, 정작 그 약자에서 항상 여성들은 빠져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는 '이걸 누가 들을까'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 방송을 들으면서 등단이라는 권력의 굴레에서 벗어난 문학을 함께 꿈꿀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문학을 논하면서 함께 쓰고 읽을 수 있는 잡지도 구상하고 있다. 문단 권력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더 주눅들지 말고 눈치보지 않으면서 쓰고 말하고 읽어야 한다. 소박하고 완전하지 않은 답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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