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과 박경상 (사진 왼쪽부터) [사진 제공=KBL]
"박경상과 함께 주전으로 나가면서 1쿼터를 거의 안 졌다. 더 신나게, 더 재밌게 농구를 하려고 했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이대성이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그랬는지 '팩트 체크'를 해봤다.
이대성과 박경상은 2월4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부터 나란히 주전 가드로 출전했다. 박경상은 시즌 막판 3경기를 부상 때문에 결장하기 전까지 10경기 연속 이대성과 주전 백코트를 이뤘다.
현대모비스는 10경기에서 9승1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현대모비스의 1쿼터 평균 득점은 23.7점, 평균 실점은 20.3점이다.
득실점 차이는 +3.4점. 10경기 가운데 상대보다 득점이 적었던 경기는 1번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두 선수가 선발 출전하기 시작한 2월4일 이전까지 총 41경기를 치렀다. 1쿼터 득점이 상대팀보다 많거나 같은 경기가 25번, 상대팀보다 적었던 경기는 16번 있었다. 이 기간 1쿼터 평균 득점은 20.4점, 실점은 18.6점,
득실점 차이는 +1.8점.
현대모비스는 상대팀에게 1쿼터 득점 대결에서 밀렸던 16경기에서 6승10패에 그쳤다. 반대로 1쿼터 점수가 상대와 같거나 많았던 25경기에서는 18승7패를 기록했다.
이처럼 현대모비스의 시즌 첫 41경기를 돌아보면 1쿼터 출발이 좋았던 경기에서 승률이 높았다. 이대성과 박경상이 주전으로 출전한 시즌 막판 10경기는 1쿼터를 압도했기 때문에 9승1패라는 높은 승률이 가능했다.
이대성의 말은 팩트가 맞다.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사진 왼쪽)이 19일 울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 큐제이 피터슨을 상대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이대성과 박경상
이대성은 박경상을 두고 "돌고 돌아 같은 팀에서 만났다.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둘은 1990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함께 농구를 시작한 사이다. 진주 봉곡초등학교 농구부의 창단 멤버로 만났다.
이대성은 "우리는 초등학교 농구부 동기다. 그때 창단한 팀에서 만났다. 같이 합숙을 하면서 추억을 많이 쌓았다"고 말했다. 박경상은 "우리가 졸업하고 후배 선수들이 부족해 팀이 해체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있을 때 지역 대회를 휩쓸었다"며 웃었다.
이대성과 박경상은 현재 같은 프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여기에는 특이한 사연이 있다.
이대성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 도전을 선언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 리그인 G-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해 지명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이대성의 도전을 허락했고 응원했다.
막상 이대성이 떠나자 가드가 부족했다. 정상급 가드 양동근이 있었지만 그를 뒷받침할 선수가 필요했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초반인 작년 11월1일 전주 KCC에 김진용과 주긴완을 내주고 가드를 데려왔는데 그 선수가 바로 박경상이다.
이후 이대성이 미국 도전을 마치고 국내 무대로 돌아오면서 둘은 오랜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2015년 상무 입대 동기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냈다. 시즌 막판 둘이 함께 주전으로 뛸 기회가 주어지자 마음껏 코트를 누비기 시작했다.
이대성은 돌파력이 탁월하고 박경상은 마산고 시절부터 폭발적인 득점력, 특히 슈팅 능력으로 유명했다. 박경상은 "(이)대성이가 돌파 위주로 수비수들을 끌고 들어가면 내게 슛 기회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찰떡궁합이다.
박경상과 이대성은 올해 플레이오프 무대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박경상은 2012년 데뷔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고 있다. KCC 데뷔 초에는 준주전급으로 활약했지만 군 제대 이후 설 자리가 없었다. 트레이드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현대모비스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축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박경상이 19일 울산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박경상은 "유재학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이전 팀에서는 내 플레이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하다보니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성 역시 남다른 각오로 플레이오프에 임하고 있다. "팀의 주축 선수로는 처음 뛰어보는 플레이오프"라며 "KGC인삼공사와의 1차전에서 패한 뒤 (박)경상이에게 너무 이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2차전을 승리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2차전에서 22점 5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고 KGC인삼공사의 스코어러 큐제이 피터슨을 꽁꽁 묶는 수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대성과 박경상의 주전 효과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됐다. 현대모비스는 1차전 1쿼터 득점 대결에서 KGC인삼공사에 25-14로 앞섰고 2차전에서도 27-25 우위를 점했다.
현대모비스가 1차전 첫 쿼터를 잘하고도 73-84로 진 이유는 2-3쿼터 20분동안 KGC인삼공사에게 31-48로 밀렸기 때문이다. 피터슨이 18점을 몰아넣었다. 2차전에서 피터슨의 2-3쿼터 득점을 봉쇄한 선수가 바로 이대성이다.
박경상의 역할도 컸다. 박경상은 4쿼터 KGC인삼공사의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득점을 해냈다. 4쿼터에만 7점을 몰아넣어 현대모비스의 98-77 승리에 기여했다. 총 16점을 올렸다.
유재학 감독은 2차전에서 이대성, 박경상 그리고 양동근까지 가드 3명을 한꺼번에 코트에 투입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데이비드 사이먼과 오세근이 버티는 KGC인삼공사의 높이는 현대모비스에게 버겁다. 반대로 스피드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효과는 컸다.
박경상은 "4쿼터가 되면 사이먼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빠르게 공격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한술 더 떠 "사이먼은 1쿼터 때 더 힘들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만큼 몰아붙이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대성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는 21일부터 안양으로 장소를 바꿔 진행되는 두 팀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특히 1쿼터를 주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