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3분의 1을 수면상태로 보낼 정도로 수면은 인간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신체활동이다. 전문가들은 수면을 몸과 정신의 피로를 회복시켜 정상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는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이 과도한 노동과 24시간 쉴새없이 돌아가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성인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은 수면장애와 불면증을 겪고 있을 정도로 수면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할 경우 뇌에 그렐린 호르몬 분비를 높여 허기를 자극하고 고탄수화물·고칼로리 음식만 찾게돼 비만이 되기 쉽다. 또, 인지력에 문제가 생겨 기억력 감퇴는 물론 학생의 경우 집중력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솔 분비도 늘면서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민첩성과 반사작용이 떨어지고 균형감도 감소해 신체적 이상이 올 수 있는데다 수면 부족 상태의 두뇌는 부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이미지에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눈을 감는다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남성 건강 매거진 '더 아트 오브 맨리니스(The Art of Manliness)'가 소개한 이 방법을 이용하면 2분 만에 즉시 숙면에 이르러 피로해진 심신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출처=The Art of Manliness)
미 해군은 2차 세계대전 중 쉴새 없는 출격과 전투로 스트레스가 심해진 전투기 조종사들이 아군에 대한 오인 사격과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격추되는 문제가 빈번해지자 해군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해군은 운동심리학자이자 전설의 대학 육상코치인 버드 윈터(Lloyd Bud Winter)를 초빙해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를 완화 할 방법을 연구하게 했다. 해군 학교 조종사 후보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한 윈터는 "수면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휴식에 드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2분 내에 잠에 들 수 있는 수면 교본을 개발한다.
윈터는 이 교본을 정리해 1981년 '휴식과 승리(Relax and Win: Championship Performance In Whatever You Do)'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2분 안에 잠드는 방법을 '육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으로 구분했다.
◇ 2분내 수면에 들기: 육체적 휴식1) 의자에 앉아 다리를 맞은편 의자 위에 올려놓고 양 무릎을 뗀 상태로 다리를 쭉 뻗는다. 손은 무릎 사이에 놓는다.
2) 눈을 감고 턱이 가슴에 오도록 한다.
3) 천천히 일정하게 심호흡을 하며 의식적으로 얼굴근육이 이완되도록 한다. 이 때 미간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눈과 눈 주위 근육, 입술, 혀까지도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어깨에 힘을 최대한 빼고 목 뒤쪽의 근육이 마비된 것처럼 축 늘어뜨린다.
5) 자신이 '의자에 걸쳐진 해파리'라고 상상하며 정말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심호흡과 함께 전신 근육을 이완시킨다.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점점 더 많은 긴장이 풀리도록 한다.
6) 상체가 완전히 이완되면서 따뜻하고 쾌적한 느낌이 온다. 좋은 기분이 온 몸을 감싼다.
7) 좌우 팔과 종아리, 허벅지 등 모든 근육에 차례로 힘을 뺀다. 마치 뼈가 없는 연체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완시킨다. 만약 좀처럼 힘이 빠지지 않는 근육이 있다면 그 근육에 한 차례 힘을 줘 긴장시킨뒤 다시 이완시켜 힘을 뺀다.
8) 이를 반복하면서 전신의 긴장이 완전히 풀린 상태가 되면, 마지막으로 3회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육체가 해파리처럼 완전히 이완되면서 편안한 수면상태로 전환할 준비가 된다.
윈터는 "육체적인 휴식 상태를 취할 수 있다면 10초만에도 잠에 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수면에 들기 위한 10초 동안 '움직이는 활동'에 대한 상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팔을 움직이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실제 신체활동이 없어도 뇌가 이를 의식해 팔 근육을 긴장상태로 만들고 육체적 휴식 상태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활동'과 같은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해 윈터는 다음의 3가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제안했다.
◇ 2분내 수면에 들기: 정신적 휴식해파리처럼 '육체적 휴식'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1) 따뜻한 봄 날 조용한 호수에 떠 있는 카누에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상상을 한다.
2)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검은 벨벳 해먹에 누워있다는 상상을 한다.
3) 자신에게 '생각하지마'라고 반복적으로 타이른다.
4) 이 과정에서 다른 상상이 겹치지 않도록 하며, 10초 이상 이같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한다.
5) 위 3가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모두 할 필요는 없다. 이 중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집중이 안 되면 다음 상상으로 바꿔보는 식으로 하면 된다.
◇ 6주간 반복 훈련 결과 포탄 소음에도 2분 내 수면상태 이르러
해군 비행 학교 예비 조종사들을 '휴식 그룹'과 대조군인 '일반 그룹' 두 가지로 나눠 실험한 결과 정신·육체 테스트에서 휴식을 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6주간의 반복 훈련을 진행한 뒤에는 실험군의 96%가 2분 내에 수면 상태가 됐다. 카페인이 든 커피를 섭취하거나 기관총과 포성과 같은 시뮬레이션 소음 상태에서도 수면상태에 빠졌다.
윈터는 해군에 있는 동안 수면에 닿으면 자동으로 펴지는 구명조끼도 개발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육체적·정신적 휴식을 이용한 방법으로 수많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를 키워냈다. 이들은 10개의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윈터는 전투 상황에 노출된 군인이나 기록경신을 위한 운동선수 외에도 일상 생활에서 긴장과 피로에 노출된 일반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방법은 한 번 만에 수면에 들도록 해주지는 않는다. 조종사들도 6주간의 반복 훈련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2분 안에 잠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잘 되지 않는 상황을 억지로 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수면에 드는 꾸준한 연습이 아니더라도 온몸의 근육 이완과 평화로운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도 몸과 정신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