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보험사기단을 붙잡은 경찰이 거짓 환자 행세를 한 85명을 조사해보니 10대 20명이 포함돼있었다.
18명은 고등학생이었다. 경찰이 ‘왜 그랬냐’고 묻자 돌아온 말은 "저는 친구 따라…" 였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인 이모(18) 군은 "택시 한 번만 타면 몇십만 원이 생긴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사전 교육장에 가보니 교통사고 피해자로 연기하는 법, 보험처리를 하는 방법 등을 세세히 배워야 했다.
'보험사기'라는 걸 눈치챘지만,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고 한다.
김모(17) 군은 경찰조사에서 "친구들이 다 하는데 저 혼자 빠질 수는 없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친구 따라,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를 따라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아픈 척하는 돈벌이에 10대들이 빠져든 것이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을 끌어모은 건 최모(23) 씨 등이었다. SNS에 '1시간 알바에 20~30만 원'을 약속한 광고를 올린 결과였다.
보험사기를 하려다보니 여러 명의 가짜 환자가 필요했고, 다단계 방식으로 고등학생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십 만원을 약속받았지만 고등학생들이 손에 쥔 돈은 1건당 10~15만 원이었다.
이 군은 "약속한 것보다 적은 건 억울했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경찰에게 털어놨다.
이들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렌터카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택시를 들이받은 뒤 28번에 걸쳐 합의금으로 타낸 돈은 1억 1000만 원.
10대들은 번 돈을 술값, 피자 간식비, 여자친구 선물, 피시방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최 씨와 이 군 등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이들의 4분의 1 정도가 고등학생들이었던 셈"이라며 "단기간에 용돈을 벌고 싶어 했던 학생들이 결국 위험한 사건에 말려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