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 'PSV 감염'이 발생한 산후조리원 모습
포항지역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으로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의 질병에 감염됐다.
조리원 측이 고의로 신고를 늦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29일부터 정밀 역학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장량동에 있는 한 산후조리원에 있던 신생아 5명이 지난 26일부터 차례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에 감염됐다. 일부 신생아는 조리원에서 퇴원한 뒤 2~3일 뒤에, 다른 신생아는 조리원에 있던 중 감염됐다.
감염된 신생아 5명 중 3명은 대구 동산병원에, 나머지 2명은 포항지역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산후조리원에 있던 또 다른 신생아 몇 명은 '아구창'과 '배꼽 육아종'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RSV는 영아기 때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매년 겨울에서 봄 사이에 주로 감염된다. 아구창은 입안에 우유 찌꺼기 같은 하얀 반점이 생기는 곰팡이 감염으로 젖꼭지와 젖병 소독이 불량할 경우 많이 발생하고, 배꼽 육아종은 배꼽 주위가 짓무르면서 염증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세 질병 모두 깨끗하지 못한 환경이나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 산모와 가족들은 산후조리원의 안이한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제보자 A씨는 "RSV와 아구창 모두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 측은 신생아에게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 산모들에게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가입된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니 진단서를 팩스로 보내라'고 해 산모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이 보건소에 신고를 늦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첫 번째 감염확진 소식을 듣고 산모들이 불안에 떨었지만 산후조리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27일 두 번째 확진 소식을 듣고 산모들이 퇴원을 결정한 뒤에야 조리원측은 보건소에 '소독을 위해 자발적으로 산모들을 퇴원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항북구보건소 관계자도 "조리원 측이 빨리 신고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로 인해 현황파악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후조리원의 신생아는 모두 퇴원한 상태로, 방역 등을 이유로 29일부터 열흘 간 영업을 정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7일을 기준으로 이 산후조리원에는 21명의 신생아가 있었고, 일부 신생아는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감염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보건당국은 29일부터 산후조리원 근로자와 조리원을 다녀간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정밀 역학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으로부터 산모와 보호자, 근무자 등의 인적사항을 받아 정밀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조사결과 조리원의 과실이 드러나면 행정처분을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일부 산모가 지불한 조리원 비용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어 감정의 골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역학조사 등을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 보상관계 등을 자세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감염확진 신생아가 조리원을 퇴원한 뒤 몇일지나 확진판정을 받아, 우리 조리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 신고를 하지 않았을 뿐 고의로 늦장신고나 허위신고를 한 적은 없다"면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보건당국의 행정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