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중구의 한 주택 2층에서 장모(58)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다음날 장 씨가 사는 방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사진=유선희 수습기자)
IMF 경제위기가 불러온 해체와 단절은 20년이 흘러 50대의 고독사로 이어지고 있다.
숨져 누운 상태에서 58살 장모 씨가 발견된 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의 한 주택에서 난 불을 끄러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서였다. 부산에서 50대 고독사가 있은 지 일주일 만이었다.
서울 중부경찰서와 소방서의 말을 종합해보면, 장 씨의 사망 시점은 석 달 전쯤으로 추정된다. 혼자 마지막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날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메뉴는 짬뽕 한 그릇.
배웅 없이 세상을 떠난 장 씨는 20년 전 이혼했다. IMF 때다. 그 뒤로 변변한 직장도 없었다고 한다.
그 뒤로 홀어머니와 살았지만 그 시간도 길지 않았다고 한다. 늘 술에 취해있던 장 씨를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 가족마저 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는 17년 전부터 가족들과 왕래가 아예 끊겼다"며 "1년 전쯤부터 어머니가 장씨에게 연락을 했고, 장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인 12월 15일에 얼굴을 본 게 전부"라고 했다.
장 씨가 살던 집 근처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 횟집 주인이 “밤에 술에 취해 거리를 돌아다니던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시의 고독사 162건 가운데 50대는 58명이었다. 연령대별 비중(35.8%)은 40대(21%)와 60대(20%) 사이에 치솟아 있다.
시민단체 '나눔과나눔'이 2017년 장례를 지원한 무연고 사망자는 288건으로, 56건이 고독사였다. 이 가운데도 50대 후반~60대 초반이 전체의 33.9%로 가장 많았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50대 고독사는 IMF를 빼지 않고 설명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IMF 20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나눔과나눔이 2016년 말부터 서울의 쪽방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홀로 사는 이들을 만나보니, 10명 중 8명은 IMF 사태를 전후로 사업실패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은 뒤 가족도 함께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은 50대가 된 이들이 가장 많았다.
IMF 위기는 실직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결혼과 연애의 포기, 알코올 의존, 고독사로 20년의 그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 후반 중장년층의 고독사는 연령대로 보면 아직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주로 IMF 이후 직장을 잃고 가족과 떨어지게 된 이들이 빈곤과 고립으로 내몰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