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막아' DB 디온테 버튼(왼쪽)이 8일 SK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김민수의 수비를 넘어 호쾌한 덩크를 시도하고 있다.(원주=KBL)
그야말로 즐거운 밀고 당기기다. 원주 DB 이상범 감독과 디온테 버튼(24·192.6cm)의 관계다.
이 감독은 갓 대학 졸업생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선택했고, 버튼은 한국 무대에서 프로 데뷔를 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DB 우승을 위한 버튼이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도 함께 할지는 아직 모른다.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 서울 SK와 결전을 앞둔 이 감독은 라커룸에서 취재진과 경기 전 인터뷰 중이었다. 그런데 불쑥 버튼이 들어오더니 자신의 자리에서 물건을 들고 갔다.
이 감독은 대뜸 "올 시즌 뒤 난 무조건 미국으로 건너가 쟤네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되든, 안 되든 버튼 집에 드러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
버튼은 올 시즌 DB의 깜짝 선물이었다. 당초 DB는 최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버튼이 득점 4위(23.5점), 리바운드 10위(8.6개), 도움 15위(3.7개)로 맹활약하며 정규리그 우승까지 일궜다. 물론 3점슛 1위(평균 2.7개)이자 MVP 두경민도 있었지만 최우수 외국 선수상을 받은 버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DB의 우승이었다.
그런 만큼 이 감독은 다음 시즌 버튼과 재계약을 점찍었다. 장신 외인 신장 제한 200cm에도 무조건 버튼을 잡겠다는 것. DB는 다음 시즌 두경민이 상무 입대하고 김주성과 로드 벤슨도 은퇴하기 때문에 버튼의 잔류가 시급하다.
이 감독은 "예전 (프로야구 해태 시절) 김응용 감독님의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고' 말처럼 다음 시즌에는 주성이도, 경민이도 없다"면서 "버튼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 감독의 애정에 부응하듯 버튼은 이날 양 팀 최다 38점을 쏟아부으며 SK를 맹폭했다. 리바운드도 양 팀 최다 14개를 걷어냈다. 막판 접전에서 3점슛이 이른바 '에어볼'이 되면서 식은 땀을 흘렸지만 상대 테리코 화이트의 역전을 노린 슛을 필사의 수비로 막아냈고, 이후 자유투 2개를 꽂아 93-9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버튼은 소감을 묻자 "에어볼이 나왔다"며 짐짓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이어 "그것 빼고는 모든 것이 잘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과연 이 감독의 구애에 반응할까. 버튼은 "이 감독이 집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을 듣자 "아직 챔프전이 진행 중이고,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한번에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감독과 버튼이 펼치는 밀당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