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4일 발표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유지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을 우려했던 우리 당국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은 이날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환율조작국을 판정하는 3가지 조건 가운데 2가지에 해당한다면서 이같이 분류했다.
3가지 판정 기준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여부 △경상수지 흑자 GDP 3% 초과 여부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여부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내는데,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2개 기준을 넘으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지난 2016년 상반기 이후 이번까지 5차례 연속으로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230억 달러, GDP 대비 경상흑자 규모 5.1%로 2가지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개입 규모는 GDP 대비 0.6%로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자국 기업엔 금융 지원을 차단하고, 해당국 기업이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IMF(국제통화기금)를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적절한 시기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더욱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경기 회복과 대외 불균형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부도 공개 방침을 굳힌 가운데 방식과 수위를 막판 고심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주기를 일별, 월별, 분기별로 하는 나라도 있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한 국가 중에는 6개월 단위로 공개하는 국가도 있다"며 "그동안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및 IMF·WB(세계은행) 춘계회의에 참석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공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빠르면 오는 20일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을 결정해 발표한 것으로 예상된다.{RELNEWS:right}
외환 당국은 지금도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만 미세 조정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개입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무부의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관찰대상국 명단엔 한국과 중국, 일본과 독일, 스위스 등 기존 5개국에 인도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