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빅터 올라디포 (사진 제공=NBA미디어센트럴)
쓸데없는 참견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구단주 댄 길버트는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첫 경기 결과를 보면서 작년 7월 자신이 내뱉었던 말 한마디를 떠올리며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라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클리블랜드는 지난해 6월 당시 인디애나 페이서스 소속이었던 올스타 포워드 폴 조지를 데려오고 싶어했다. 케빈 러브를 '매물'로 내놓고 조지를 받는 트레이드를 삼각트레이드를 시도했다.
트레이드는 무산됐다. 인디애나가 성사 직전에 결심을 바꿨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인디애나는 조지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보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빅터 올라디포와 도만타스 사보니스를 주고 조지를 데려왔다.
두팀의 트레이드를 두고 인디애나가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프로 5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었던 올라디포는 올스타 수준에 못 미치는 선수였다. 1980~1990년대 유럽과 NBA에서 활약한 리투아니아의 전설적인 센터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아들 도만타스는 이제 막 신인 시즌을 마친 유망주였다.
클리블랜드의 길버트 구단주는 샘이 났던 모양이다. 타 구단의 트레이드를 두고 굳이 입을 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참지 못했다. 그는 "인디애나는 더 좋은 조건에 조지를 트레이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지랖이 넓었다.
빅터 올라디포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올라디포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원정 1차전에서 32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 1블록슛을 기록하는 발군의 활약으로 인디애나의 98-80 승리를 이끌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팀이 해당 시즌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 통산 성적은 이전까지 12승 무패였다.
올라디포는 경기 후 작년 7월 길버트 구단주가 남긴 한마디에 대해 언급했다.
올라디포는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길버트 구단주의 말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오래 전 일이지만 난 그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내가 간섭할 수는 없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라디포는 인디애나로 이적하자마자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웠다. 구단이 그에게 에이스의 책임감을 요구하자 그는 에이스가 됐다.
올라디포는 정규리그 평균 23.1점(데뷔 후 최고 기록), 5.2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올리며 활약했고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사보니스 역시 인디애나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사보니스는 평균 11.6점, 7.7리바운드, 야투성공률 51.4%를 기록하며 인디애나 골밑에 힘을 실어줬다.
인디애나는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폴 조지의 이적 탓에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디애나는 올라디포의 압도적인 활약에 힘입어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인디애나는 시즌 전적 48승34패로 당당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합류했다. 클리블랜드의 시즌 전적(50승32패)과는 불과 2승차. 올라디포가 이끄는 인디애나는 그만큼 강했다.
시즌 초반부터 인디애나의 상승세가 계속되자 일부 미국 언론은 "우리는 인디애나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개막 전 예상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댄 길버트 구단주는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