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 가해교수의 '사랑한다' 문자, 사건 이후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말 됐다
- 우울증에, 자살방지 서약까지
- 미투 운동에 용기 내 학내 인권센터 신고, 오히려 2차 피해
- "학내 기관 문제점 여실히 드러낸 사건, 끝까지 싸울 것"
■ 방송 : 부산CBS <라디오매거진 부산=""> (부산 FM102.9, 17:30~18:00)
■ 진행 : 김정현 아나운서
■ 대담 : 성폭력 피해자 (익명)
부산대에서 박사학위를 밟던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최근 미투열풍에 힘입어 성폭력피해 사실을 학내 인권센터에 신고했는데, 제대로 된 조치도 처리도 없이, 난데없이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 상황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학에 대한 신뢰를 잃은 피해자. 급기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나섰죠. 피해자로부터 당시 상황, 그리고 2차 피해에 대한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나와계시죠?
◆피해자> 네
◇진행자> 많이 힘드셨을텐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그저께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성폭력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여셨어요. 다시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언제, 어떤 일을 겪으신건가요?
◆피해자> 저는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대학원생이고, 가해자는 교수입니다. 과는 다르지만 유사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어서 박사과정 당시 수업을 들었었습니다. 또 지도 교수님과도 친분이 있어서 이전에도 관련된 교수님이나 학생들과 여러차례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11월 경에 가해교수, 지도교수 그리고 타학교에 다른 여자교수 분, 그리고 저 이렇게 식사를 했었습니다. 당시에 박사 수료를 앞두고 있었는데 가해교수가 제 논문에 심사위원장을 맡는다는 이야기가 식사자리에서 오고 갔습니다.
이후 2차로 노래방에 가게 되었는데 노래방 안에서 여러차례 심한 추행을 당했고 화장실로 도망을 쳤는데도 쫓아와서 추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가 혼자 있는 것을 알고 1분 간격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 때 당시에 그러면 두 분만 계셨던 상황이었나요?
◆피해자> 화면을 보고있는 상황이어서 두 분은, 총 네 명이 있었는데 그 두 분은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리고 추행을 시도할 때, 저를 벽에 밀어붙이고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저를 완전히 가려서 강압적으로 했고, 그래서.. 네 그랬었습니다.
◇진행자> 당시에 어떠셨어요? 굉장히 수치스럽고 또 당황하고 여러 감정이셨을 것 같은데 당시에 문제제기를 하셨나요? 가해자의 반응은 어땠나요?
◆피해자> 지도교수님과 또 그 자리에 동석한 교수님께 바로 말씀을 드렸었어요. 그리고 바로 지도교수님이 이제 저를 지지해주셔서 문제제기를 하고 그리고 성평등센터에 바로 신고를 했습니다. 가해자는 그런데 정당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저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자기가 너무 괴롭다고 괴로움을 토로하고 죽음으로 갚겠다는 등 피해자인 저를 감정적으로 압박하는 내용을 보냈고 그 와중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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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사랑한다. 잘못했다. 죽음으로 갚겠다. 이런 문자를 피해자로서 받는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떤 심경이셨어요?
◆피해자> 참담합니다. 정말.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건 이후 제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말입니다.
◇진행자> 자신의 잘못을 덮고자 했던 변명으로 밖에 사실 들리지 않는데 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하셨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신고를 철회하셨거든요.
◆피해자> 네, 신고를 제가 철회하게 된 것은 대학원생의 위치를 아신다면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가해교수와 저는 같은 인문대학 소속이어서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또 가해교수의 제자들과도 친분이 있었고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지금처럼 피해자에게 우호적이지도 않았었고 사실 그 모든 것은 괴롭지만 감당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받으리라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제대로 처벌하여 가해자가 대학을 떠난 사례가 없다시피 했고 사건해결에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습니다. 가해자는 대학원생인 제 입장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자였고 이 일로 학업을 그만두고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안했습니다.
말하자면 애초에 가능한 싸움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진행자> 그래서 주변에서도 좀 만류를 하던가요? 신고를 철회해라 이런식으로?
◆피해자> 대학원생이라면 이 일에 대해서 모두 공감을 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만류를 하고, 당시 상황상 이제 결국 피해자인 너만 피해를 입게 되고 다시 여기에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니까 주변에서 만류를 했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신고를 철회하고 나서도 문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철회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게 아닌데 이후 학교의 조치는 어땠나요? 가해자의 조치도 궁금한데요.
◆피해자> 조치라고 할 것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조치가 없었어요?
◆피해자> 네, 가해자나 학교는 아마 그것을 해결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진행자>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피해자> 네. 아마 그래서 그걸 해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진행자> 박사과정 그 때 당시에 수료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학위 취득을 하지 않으셨어요. 이게 당시 그 사건으로 인한 여파였겠죠. 다른 불이익은 없으셨어요?
◆피해자> 일상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논문 역시 쓰지 않았다기 보다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심리 상태가 너무 불안정해서 논문을 진행할 수 없었고 심각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습니다. 학교내에 상담센터에 상담을 받았는데 상황이 심각해서 자살방지서약서도 썼었습니다.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었지만 가해교수가 제 전공과 관련된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었고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에, 저는 일체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항상 피해야 하는 건 결국 제 쪽에 있었습니다.
◇진행자> 피해자가 왜 피해야 할까요.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미투운동을 보면서 다시 용기를 내게 되셨다구요.
◆피해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이 고통을 끝내고 싶었어요. 이대로는 학교 생활도 그리고 또 저의 미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미투 운동을 보면서 지금이라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이 고통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기 전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네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내셨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학교의 조치가. 지금은 또 사회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후 과정은 어떤가요?
◆피해자> 제가 학내 인권센터에 피해신고를 했었습니다만, 신고 후에 가해자에게 조사 절차가 통보되기 전까지는 비밀이 철저히 유지되어야 합니다. 2차 피해가 있을 수도 있고 증거인멸이나 회피의 위험도 있으니까요. 원래 예상 통보일이 4월 9일이었는데 4월 4일에 가해교수가 사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시도를 했습니다.
◇진행자> 4월 9일에 통보가 되야 되는데 4월 4일에 가해자한테 연락이 왔다고요?
◆피해자> 네
◇진행자> 어떤게 된건가요?
◆피해자> 그래서 이 과정이 당연히 이제 이 연락을 시도한 것은 제안을 거절했고, 또 4월 9일, 원래 통보일에 저에게 또 다시 가해교수가 장문의 문자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사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고통이 되살아나고 이번에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합니다.
◇진행자> 사실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시키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인데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2차 피해까지 일어나는 상황까지 왔는지. 그 전에 가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하셨는데 뭐라고 하던가요?
◆피해자> 문자메세지를 그대로 읽어드리면 '이제와서 무슨말이 필요하냐. 일단 내가 너무 괴롭다. 미안하다. 그래서 미안해서 내가 우울증이 왔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연락이 안됐다. 너가' 이런 내용이 들어왔습니다.
◇진행자> 참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2차 피해를 입은 사실에 대해 인권센터 측에 항의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인권센터 측에서는?
◆피해자> 인권센터 측에서는 교수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새어나간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가해교수의 수업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해당학과의 실수로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데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센터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건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또 이 때문에 가해교수가 시간을 벌어서 저에게 연락을 하고 사건을 무마할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또 연구소 소장직을 3월 28일에 성급하게 그만두고 연구소 짐까지 며칠만에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회피한 시간을 준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대처가 미흡하다면 앞으로 과연 같은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어디에 호소를 해야 할까. 참 안타깝습니다. 기자회견까지 열고 피해사실을 공개하셨어요. 많이 힘드셨을텐데 용기를 내신 계기, 배경이 있을까요?
◆피해자> 살기 위해 용기를 내었습니다.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저 또한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는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는 대학원생과 교수간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한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이고 둘째로는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학내기관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이는 학교 전체, 어쩌면 대학 전체의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이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고 또 형사고발과 학내 징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진행자> 네, 큰 용기를 내셨습니다. 저희도 응원을 드리고 지지를 보내드리고요. 많이 늦었지만 사필귀정, 순리대로 일이 풀리길 기대하고 끝까지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피해자> 감사합니다.
◇진행자> 네 얼마전에 부산대에서 성추행 미투 사실을 폭로하신 분이죠. 익명으로 연결해봤습니다.
라디오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