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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함덕주는 팀을 구하고도 "잘못했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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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함덕주는 팀을 구하고도 "잘못했다" 했을까

    '곰 군단 이끄는 소년 가장' 올해 구원 1위를 달리며 두산의 단독 1위를 견인하고 있는 좌완 함덕주.(사진=두산)

     

    요즘 프로야구 두산 팬들과 관계자들은 함덕주(23)를 '소년 가장'이라고 부른다. 시즌 초반 팀 마무리가 이탈하는 등 어려운 불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뒷문을 지켜주고 있어서다. 아직 앳된 얼굴에도 든든하게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어 붙은 말이다.

    함덕주는 24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SK와 원정에서 10-9로 쫓긴 8회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회 2사 뒤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만루에 몰리기도 했지만 최고 타자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세이브를 추가한 함덕주는 7개째로 LG 정찬헌과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1승 2홀드 평균자책점(ERA) 1.56의 빼어난 성적이다.

    함덕주의 기록이 더 빛나는 것은 시즌을 마무리로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선발로 뛴 함덕주는 팀 상황에 따라 올해 역할은 불펜 필승조였다. 실제로 함덕주는 시즌 개막 뒤 4월 초순까지 1승 2홀드 1세이브를 올렸다. 지난달 30일 kt전 1세이브도 1점 차 리드였던 7회 2사에서 등판했다가 팀이 8회 3점을 뽑아 그대로 9회까지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팀 마무리 김강률이 어깨 피로 누적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함덕주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7경기에서 6세이브를 올린 것이다. 블론세이브는 아직까지 기록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묵직한 직구로 두산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던 김강률은 올 시즌 초반 아직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두산)

     

    더 의미있는 것은 소화 이닝이다. 마무리 투수는 9회 혹은 8회 2사에서 등판하는 게 보통이지만 함덕주는 더 일찍 등판한다. 지난달 2⅔이닝 세이브는 차치하더라도 마무리를 맡은 뒤 함덕주는 6세이브 중 2이닝과 1⅓이닝이 2번씩, 1⅔이닝이 1번이었다.

    그만큼 많이 던지고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정찬헌은 올해 14경기 14⅓이닝, 6세이브로 공동 2위인 조상우(넥센)와 정우람(한화)는 각각 10경기 11이닝, 9경기 8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는 두산의 어려운 불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두산을 올 시즌 함덕주와 함께 박치국, 곽빈(이상 15경기), 이영하(11경기) 등이 필승조를 이루고 있다. 이현승과 김승회, 홍상삼, 김명신 등이 받쳐줘야 하지만 부상이거나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김강률까지 빠져 함덕주는 필승조+마무리까지 1인 2역을 하게 된 것이다.

    두산 불펜의 현실은 24일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초 이날 선발로 이영하가 나선 두산은 1-3으로 뒤진 4회 2사 2루에서 박치국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10-3으로 역전한 6회는 곽빈을 투입해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7회 1사에서 이날 1군에 복귀한 김강률이 8회 연속 4안타로 4실점, 김승회가 2안타(1홈런)로 2실점하면서 10-9, 1점 차까지 쫓겼다.

    결국 두산은 함덕주를 조기 투입했고, 8회 급한 불이 꺼졌다. 그런 함덕주는 9회 2사 뒤 위기에 몰렸지만 뒤에 나올 투수가 없었다. 다행히 함덕주는 최정을 잡아내며 값진 승리를 지켜냈다. 함덕주가 소년 가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더 잘할게요' 두산 함덕주가 24일 SK와 원정에서 2이닝 터프 세이브를 따낸 뒤 인터뷰를 마치고 더욱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문학=노컷뉴스)

     

    소년 가장이라지만 함덕주도 어느덧 프로 6년째다. 쉽지 않은 팀 상황에도 함덕주는 듬직한 인터뷰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함덕주는 "점수를 많이 뽑아서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항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하고 잘 준비하고 있었던 게 잘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정 형에게 파울홈런을 맞았을 때는 아차 싶었지만 어차피 파울은 스트라이크니까 다음 공을 확실하게 던지면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포수) 양의지 형의 리드에 따라 체인지업을 또 던졌고,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마지막 장면도 떠올렸다.

    자신보다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고, 선배를 따뜻하게 배려했다. 함덕주는 "9회 위기 때 이강철 코치님과 양의지 형이 '지금까지 네가 잘 던졌기 때문에 여기서 안타 맞아도 네 탓 할 사람 없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더 자신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률이 형도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나보다 더 뛰어난, 좋은 투수인데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승리를 지켰지만 반성이 따랐다. 함덕주는 "9회 2사까지 잘 잡고 여기서 끝내겠다 전력 투구했는데 김성현 선배에게 안타를 맞았다"면서 "그래서 혼자 안 좋은 생각해서 볼넷이 많아지고 순간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틀을 쉬어서 힘들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 많이 던진 것"이라면서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승리는 기쁘다. 함덕주는 "(최정 형을) 잡고 끝냈을 때는 순간 소름이 돋더라"면서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기쁘고 팀이 첫 주 승리로 시작하게 돼 나도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두산의 시즌 초반 1위를 짊어지고 있는 소년 가장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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