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탁구 대표팀 양하은(왼쪽)과 김송이가 3일(현지 시각) 단일팀이 전격 구성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스웨덴=대한탁구협회)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이후 다시 단일팀으로 뭉친 남북한 탁구 대표팀. 27년 만의 역사적인 단일팀 결성에는 국제탁구연맹(ITTF)과 경쟁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양해 등 전 세계적인 도움이 있었다.
ITTF와 대한탁구협회, 북한탁구협회는 3일(현지 시각) ITTF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가 진행 중인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3자 회의를 열고 "한국과 북한이 한 팀으로 4강전에 출전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북한 여자 대표팀은 단일팀으로 4일 일본과 4강전을 치른다.
이후 회의가 열린 틸뢰산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독일)과 한국 대표팀 단장인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이 참석했다.
일단 바이케르트 회장은 "단일팀 구성은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어제 저녁 ITTF 재단 창립 리셉션에서 남북이 특별 이벤트를 할 때 유승민 IOC 위원, 북한 주정철 서기장과 토론했고, 결국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남북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3일 창립 행사에서 연합팀으로 나와 이벤트 경기를 펼쳤다.
단일팀은 엔트리가 확대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번 대회 한국이 5명, 북한이 4명이 나섰는데 단일팀은 9명이 된다.
실제로 엔트리 확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규정은 스포츠의 기본적인 문제인데 다른 나라가 동의하는 문제도 있고 룰을 바꿔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바이케르트 회장은 일단 "룰을 존중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맞다, 이번에 룰을 바꿨다"면서 "룰보다 중요한 건 평화를 위한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번에는 룰을 바꾸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경쟁국 대표팀들이 단일팀을 흔쾌히 동의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오늘 오전 남북한과 맞붙을 수 있는 팀들에게 단일팀 구성 사실을 알렸다"면서 "중국, 루마니아, 홍콩, 오스트리아, 일본, 우크라이나가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 팀들이 '(단일팀은) 위대한 사인이고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단일팀은 어떤 외부 압박 없이 이뤄진 것이고 오늘 아침 우리가 IOC에도 알렸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위원은 "단일팀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평창동계올림픽 때 평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통해 보여줬다"고 답했다. 이어 "이후 남북한 관계가 매우 발전했고, 스포츠 세계에서도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ITTF의 모토도 '탁구를 통한 결속'이고, 단일팀은 그 비전에 맞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위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단일팀이 여전히 신기한 듯했다. 유 위원은 "사실 단일팀을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될지 몰랐고, 어제 만났을 때도 기대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지금도 단일팀이 결성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50년 전에도 탁구를 매개로 한 핑퐁 외교(미국과 중국)가 있었고, 지금 코리아 팀이 합쳐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탁구의 전통 같은 일"이라면서 "우리 아이디어(단일팀)가 평화에 도움을 줄 거라고 봤고, 실제 단일팀은 평화를 위한 빅 사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 남북 정상회담 있었는데 스포츠가 남북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선수권 이후 27년 만의 단일팀이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현정화, 북한 리분희 등을 앞세워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유 위원은 "사실 그때 9살이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그러나 그때와 다른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한 팀을 만들었고, 우리의 평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고, 내일 일본전과 결승까지 우리가 좋은 결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