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 탁구 대표팀 양하은(왼쪽부터), 최현화, 양하은, 김남해가 2일(현지 시각) 국제탁구연맹 행사 도중 진행된 깜짝 이벤트 경기를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스웨덴=대한탁구협회)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논의가 진행 중인 남북한 여자 탁구 대표팀의 깜짝 대결이 성사됐다.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 참가 중인 남북 대표팀은 2일(현지 시각) 스웨덴 틸뢰산드 호텔에서 열린 ITTF 재단 창립 기념회 행사 도중 시범 경기를 펼쳤다. ITTF가 '탁구를 통한 결속'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탁구를 매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운 재단이다.
행사 도중 스크린에는 '하나의 한국, 하나의 테이블(one Korea, one table)'이란 문구가 떴다. 동시에 서효원(렛츠런), 양하은(대한항공)과 북한 최현화, 김남해가 행사장 가운데 깜짝 등장했다.
서효원-김남해, 양하은-최현화 등 남북 연합팀이 복식 시범 경기를 펼쳤다. 특별 심판으로 나선 마영삼 ITTF 심판위원장이 양하은-최현화조를 '한국 연합1(united Korea)'으로, 서효원-김남해조를 '한국 연합 2'로 소개했다.
선수들은 정규 탁구대보다 작은 플라스틱 모형 탁구대에서 플라스틱 라켓으로 경기했다. 이벤트 매치인 만큼 공격을 하기보다는 공을 상대방 쪽으로 넘기는 데 집중했다. 네 선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서효원은 라켓이 어색한 듯 "어떡해"를 연발했고, 같은 팀 김남해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는 약 3분 동안 이어졌고, 3-3 동점으로 끝났다. 마 위원장이 '공동 우승'을 선언하자 지켜보던 ITTF 관계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한국 대표 서효원(왼쪽)과 북한 대표 김남해의 모습.(스웨덴=대한탁구협회)
북한 최현화(왼쪽)와 한국 양하은의 경기 모습.(스웨덴=대한탁구협회)
경기 후 북한 김남해는 "아주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단일팀으로 나가게 되면 어떨 것 같으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같이 힘내서 꼭 1등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효원은 "(북한 선수들과) 말이 통해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는 편한 느낌이었다"고 화답했다. 한국과 북한은 3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오후 5시) 세계선수권 8강에서 맞붙는다.
이날 남북 연합 시범 경기는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이 ITTF에 제안해 벌어진 깜짝 이벤트였다. 이날 창립 기념회에서 재단 1호 앰배서더(대사)로 임명된 유 위원은 "남북이 함께 경기하는 모습이 '탁구를 통한 결속'이라는 재단 취지에 잘 맞는 것 같아 국제탁구연맹에 아이디어를 냈고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이어 "1호 앰배서더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남북을 포함해 전 세계에 탁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일팀 논의와 관련해 "(단일팀에 대해) 우리 탁구계는 긍정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오간 얘기는 아직 없다"면서 "위에서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탁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남북이 개인전은 각자 원래대로 출전하고, 단체전만 5명씩 합쳐 10명(3명 출전)으로 한 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미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마친 상황"이라면서 "엔트리가 축소되는 등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에는 단일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부적으로 모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