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엄마. 일어나보세요"
치매를 앓고 있는 만 101세 류태숙씨를 극진히 모시는 한 여성.
예순이 넘은 그녀의 이마에도 어느덧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였다.
'엄마'라는 친근한 호칭 때문에 친딸처럼 보이는 그녀는 류씨의 맏며느리다.
대구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생활 속에서 효를 실천하고 있는 한승희(67)씨의 얘기다.
한씨는 오래도록 지극한 효심을 보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식사와 운동은 물론 대소변을 가리는 일까지 모두 도맡으며 16년째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한씨의 취미는 책이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건강 정보를 시어머니에게 소개시켜 드리는 것.
몸에 좋은 음식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곧바로 장을 보고 시어머니께 해드릴 간식을 만든다.
대다수 자식들이 연로한 부모님을 돌볼 여유가 없어 요양시설에 의지하는 추세지만 한씨는 어머니를 시설에 보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서 마치 아이같은 순수함이 엿보여 행복하다는 며느리이자 딸인 한씨.
한씨는 "아이들 보면 사랑스럽고 예쁘지 않나. 새로운 걸 보면 궁금해하고 표현이 서툴지만 순수하다. 엄마가 그렇다. 사람들이 노인은 무조건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옷에 소변을 봤다가 혼이 날까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한다거나, 처음 접하는 음식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 재밌다는 것이었다.
한씨는 부모님이 우리가 아이일 때 무한한 사랑을 주고 귀여워해준 것을 부모님께 다시 갚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그는 또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가족의 당연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씨는 "가족은 한 식구인데 같이 사는 게 당연하지 않나.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행 일반 부분에서 대통령 표창상을 수상한 한승희씨.
하지만 주위에서는 한씨에게 '왜 시설에 보내지 않냐'는 물음을 자주 던진다.
친딸인 시누이들도 한씨가 너무 고생한다며 시설에 모시자는 제안을 몇 번이나 해왔다.
하지만 한씨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예전부터 요양시설에 가기 싫다는 뜻을 내비치시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어머니를 모시고 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 한씨지만 자식들에게 바라는 점은 또 달랐다.
최대한 건강 관리를 해 자식 신세를 지지 않고도 홀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한씨는 "나는 내 부모니까 당연히 모시지만 내 자식한테 그런 부담을 주기는 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님 세대는 자식을 위해 다 바쳤다. 그래서 자기 몸도 못 챙기시고 지금와서 자식들의 도움이 필요한 거다.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최대한 홀로 살고 정 도움이 필요하면 시설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부분이 베이비붐 세대인 한씨 주위의 친구들도 자신들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식들에게는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바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윗사람에게는 사랑을 되갚고, 아랫사람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인가 보다
한씨는 과거 남편의 사업이 실패해 힘들던 시절, 어머님이 챙겨주신 쌀 한 봉지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님이 알게 되면 노발대발 하실까봐 어머님이 몰래 챙긴 쌀 한 봉지를 가져다 주신 것.
그는 "어머님은 참 따뜻하신 분이었다. 나도 자식들에게는 그런 사랑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대통령 표창을 받는 것도 나에게 큰 의미는 없다. 엄마가 오래 사신 덕에 받는 상이라 생각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안 살고는 각자의 판단에 따른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른을 모시고 산다고 다 힘들고 귀찮은 것만은 아니란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