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선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도 제외하기로 했다. 네이버 첫 화면에 과도하게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드루킹 사건 이후, 해결책으로 언론사들이 연일 쏟아내던 '아웃링크'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뉴스 편집 전권은 이제 언론사에 돌아간다. 이제 관심은 네이버를 둘러싼 댓글 조작과 뉴스 편집 논란을 잠재울지 여부다.
◇ 모바일 첫 화면 뉴스·실검 제외, 댓글 정책은 언론사 결정…'정면 승부'네이버는 9일 서울 역삼동 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3분기 이후부터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지금과 같은 뉴스는 볼 수 없게 된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빠진다. 대신 구글처럼 '검색' 중심의 첫 화면을 마주할 전망이다.
또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한 뉴스가 노출되는 <뉴스판(가칭>이 신설된다. 첫 화면에서 옆으로 한 번 밀면 나오는 두 번째 페이지에 배치된다. 사용자가 직접 <뉴스판>에 배치되는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기준 등도 언론사가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뉴스 댓글 허용 여부나 최신순·공감순 등의 댓글 정렬 방식 등 언론사가 여러가지 댓글 정책을 결정하면, 네이버는 이에 따라 개별 매체에 시스템과 관련 데이터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지난 2004년 오픈한 뉴스 댓글은 기사를 읽고 가볍게 의견을 남기는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예상을 넘는 관심이 집중되면서 복잡한 서비스가 됐다"면서 "뉴스를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도록 구조를 바꿔나가면 사용자마다 소비 현상이 달라져 뉴스 댓글에 쏠린 관심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뉴스 댓글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검색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 본연의 역할로 물러나겠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 네이버 "아웃링크 적극 도입"…그토록 '아웃링크' 외치던 언론사, 단 1곳 찬성네이버는 언론사들이 해결책으로 제안한 "아웃링크 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 대표는 "아웃링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전재료 바탕의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이 엇갈리는 의견 등으로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지만, 언론사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재밌는 것은 네이버가 지난 2일까지 콘텐츠 제휴 매체 70개를 대상으로 뉴스 아웃링크 전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이 가운데 단 '한 곳'만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서포트 리더는 "메일을 보낸 매체 가운데 70% 정도가 회신했다"면서 "응답한 매체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입장을 유보, 아웃링크 찬성 매체는 1개, 나머지는 인링크를 찬성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언론사들이 네이버를 욕하면서도 네이버에서 절대 안 나가는 이유는 바로 '돈'이라는 것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전문수석위원은 "인링크에 있으면 네이버로부터 전재료를 받을 수 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서버도 새로 구축, 확대해야 하고 인력도 늘려야 하는 등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언론사에겐 아웃링크 전환 시 위험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번 뉴스·댓글 개편안을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그래도 여론 조작에서 벗어나기 힘든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얘기다.
인링크를 아웃링크로 전환하는 건 모든 뉴스 콘텐츠에 해당하는 정책이 아니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단 한 매체라도 인링크를 고수하는 이상, 다른 언론사들도 어쩔 수 없이 인링크에 머물 수 밖에 없고 결국 기존과 달라질 게 전혀 없게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네이버의 대책 발표에 대해 "유망상권의 건물주가 세입자를 쫓아내는 격"이라며 "구글과 같은 전면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해야 미디어 독점을 분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선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 언론사가 댓글 결정? "매체별 이념편향적 댓글 우선 배치 등 조작 심화될 것" 네이버는 그간 "포털이 기자 한 명 없이 뉴스 장사를 하며 광고나 부를 독점한다"면서 "뉴스 편집과 댓글에서 손을 떼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뭇매를 줄곧 맞아 왔다.
이번 개편도 이같은 압박과 무관하다고 보긴 힘들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고민을 한 결과"라고 말했지만, 영리 사업자로서, 법과 규제를 다루는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네이버가 1차 댓글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를 포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기도 성남 네이버 사옥에 갑작스레 항의 방문해 한성숙 대표에게 '대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사에 대한 댓글 여부나 정렬 방식을 언론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기존의 댓글 조작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정상 수석위원은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하면, 언론사들은 자사의 기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댓글을 허용할 것이고, 각 사의 가치관과 이념에 맞는 댓글을 우선 배치하는 식으로 댓글 조작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그 판을 깔아주고 경로를 제시한 네이버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다수의 시선이 쏠리는 모바일 첫 화면에 나오던 뉴스를 없애고 두번째 화면에 <뉴스판>을 신설하겠다고 한 것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행여나 뉴스판이 메이저 신문 중심으로 구성되거나 기존 뉴스캐스트 형식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사용자 불편 등의 부작용만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첫 화면의 뉴스 섹션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고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해주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아예 신문 가판대 같은 형식의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사 홈페이지에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광고가 과도하게 노출되고 낚시성 기사가 쏟아지는 등의 사례가 속출했다. 로딩 속도도 느려지고 악성 코드에 감염돼 사용자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판을 제공한 네이버는 이에 대한 화살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존 뉴스캐스트 방식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이달 중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판>뉴스판>뉴스판(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