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판문점 북한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비리에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은 양쪽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만이 배석한 채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불과 한 달 전에 만났던 사이여서 번거로운 의전, 의례적인 덕담성 인사말을 생략한 채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1차 회담 때의 ‘도보다리 밀담’의 연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제 판문점 회동에서는 남북관계의 발전 상황, 북미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 하는 양 정상 간에 아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기 전에 진행됐던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국 정상 간에 핫라인 통화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남북미 3국이 핫라인 통과를 개설할 정도까지 가려면 사전에 남북미 3자간 정상회담부터 먼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는 지난달 27일 1차 정상회담 직후 나온 판문점선언에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판문점선언 3조 3항에는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점들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시간이나 이어진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방법, 로드맵과 체제보장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음달 12일 예정됐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다시 높아가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보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단계가 종전선언일 수 있다.
26일 오후 판문점 북한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극비리에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남에서 "(북한이 가진 안보우려를 해소할 방안으로) 북미간 상호 불가침 약속을 한다든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간에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해 (남북 간 실무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점도 2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심도 있게 오갔을 개연성을 높여준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싱가포르로 날아가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예상 시나리오로 외교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도 새삼 관심을 끈다.
물론 종전선언은 양해각서(MOU)이자 정치적 선언일 수 있지만 남북미 세 정상이 종전선언을 한다는 자체가 65년간 이어진 휴전체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그 차제로 엄청난 역사다. 아울러 최소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할 평화협정의 본격적인 논의를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보통의 상상력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반도 정세에서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 27일에 세 정상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허황된 장밋빛 전망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언제 어떻게 개최하느냐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것이 없고, 계속 실무진 차원에서 가능성에 대한 검토만 진행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