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終戰) 선언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한다'는 조항(3조3항)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기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주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북미간 '롤러코스트'를 탔던 만큼,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잠시 주춤했던 북미정상회담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전선언을 강조할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 직후 남북미 3국 정상이 모여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달 9일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단독 회담에서도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을 거론했고, 지난해 7월에는 독일에서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남북)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종전선언은 그야말로 정치적 선언"이라며 "전쟁을 끝내고 대립·적대 관계를 해소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이후 추진될 평화협정 체결의 경우 '법적·제도적 장치'라는 의미가 있다면 종전선언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실제로 선언인 만큼 조약과도 성격이 다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정부가 종전이라는 워딩을 원한다"고 말했다.
분단 70년을 끝낸다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용어로서 '종전'이라는 단어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구속력은 협정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전세계를 향해 책임있는 국가지도자들이 종전을 선언하면 그 자체로 정치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이 끝났고 남북간은 물론 주변국들도 적대적 관계를 완전히 종식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종전선언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관련국 정상들이 모여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논의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만들어낸다는 데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법적 구속력도 없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마지막 단계가 아닌 '입구'에 놓으려는 것도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될 비핵화 합의가 향후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 안전보장 문제로 역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담보 장치 성격이 짙다.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체제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를 원하는데, 남북미 3국 정상이 정치적 신뢰 관계를 조성하면 비핵화 시간도 앞당길 수 있다는 합리적 계산이다.
종전선언이 실현된다면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7월 27일이 가장 상징적이다.
청와대는 다음달 12일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남북미 정상회담이 곧바로 열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65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당일을 종전선언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저울질되던 당시 북미회담 이후 남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1953년 정전협정 때 사용된 탁자를 판문점으로 가져가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탁자는 북한 김일성 주석과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마크 웨인 클라크 장군,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정전협정에 서명할 때 사용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와 기대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