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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 2년 만에 부활한 KBS1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17일 첫 방송된 KBS1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사진='저널리즘 토크쇼 J' 캡처)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위치를 가늠케 하는 말이다. 국정농단 사태 때 검찰만큼이나 '개혁 대상 우선순위'로 꼽혔던 곳이 언론이었다. 통계도 '언론 불신'을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센터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언론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36개국 중 꼴찌였다.

    '방송 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2013)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로 △사실 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을 들었다. 물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권·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사, 무분별한 베껴 쓰기 등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짚자면 끝도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여태 고쳐지지 않을까. 언론 과포화 상태에서 가속화된 경쟁(속보, 단독 등), 포털 종속 심화, 자생력 부족 등 현실적인 배경이 있겠지만, '정확하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꺼리는 언론계 문화'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동종업계는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타 언론을 향한 업계 종사자들의 태도는 딱 이 정도다. 타 언론 보도나 언론사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의미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금세 물음표가 붙는다. 왜 동종업계인 '언론'에 '더 조심스러워야' 한단 말인가.

    언론계에서 딱히 반기지 않는, '미디어 비평'을 KBS가 재개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그 주인공이다. 2003년 '미디어포커스'를 시작으로 '미디어비평', '미디어 인사이드'로 이어졌던 13년 역사가 지난 2016년 '강제 종료'된 지 2년 만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첫 방송에서 진행자 정세진 아나운서는 "온갖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언론은 계속 존재할 가치가 있을지도 두려운 마음이다.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뉴스9' 등 KBS 대표 뉴스 앵커로서 활약한 정세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정준희 중앙대 교수, 최강욱 변호사, 최욱 팟캐스트 진행자, 안톤 숄츠 독일 ARD(공영방송) 기자·PD가 패널로 나온다. 현직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 관계자, 시청자의 관점으로 한국 언론의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 J' 캡처)

     

    첫 방송에서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정치적 편향', '사실확인 소홀' 등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영국 BBC 한국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의 기사를 입맛대로 번역해 '오역 논란'을 낳은 점, 드루킹 관련 오보 행렬이 이날의 주제였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채널A, YTN 등 다른 언론사의 기사가 등장했고, 도마 위에 올라 패널들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제작진은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YTN 오보 경위를 알아보려 했으나 YTN으로부터 취재를 거부당한 점까지 내보냈다. YTN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다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익명의 취재원에게 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오보를 낸 YTN 사례를 다룰 때 최욱은 "동업자들끼리 이렇게 지적하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타깃이 안 되기 위해 점검하고 또 확인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정준희 교수도 "칭찬과 비판이 동종업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기자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성립되려면 균형 잡힌 비판과 평가가 필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마음속에 있던 말을 다른 사람이 콕 집어 꺼냈을 때의 후련함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동종업계의 상호 비평 필요성'을 언급한 두 사람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자연히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도비평을 한다고 했을 때, 피할 수 없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혹은 내가 속한 언론은 지금 비판하려는 언론사보다 더 나은 보도를 하고 있는가?'

    비평의 대상보다 나은 위치에 있을 때만 비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 질문이 주는 긴장은 상당하다. 자연히 '내가 쓰는 기사의 질 향상'을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기획 의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KBS 새 시사 프로그램 론칭 기자간담회 때 "다른 언론사를 공격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며 "저희가 스스로 잘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회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자사 비평도 매 편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첫 회에서는 매체 상호 비평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 J' 캡처)

     

    KBS 최초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었던 '미디어포커스'는 첫 방송에서부터 자사 보도를 매섭게 비판했다. 군사정권에서부터 바로 직전 김대중 정부까지 KBS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길들여지거나', '엎드려 왔는지'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첫 회에서 그런 통렬한 반성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10년 보수 정권 때 혹평받은 '문제적 보도'들이 있었고, 최근으로 좁혀도 방심위 소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건의를 받은 '경인선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KBS 보도나 프로그램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정 아나운서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유지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나마 나왔던 민경욱 KBS '뉴스9'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직행 사례도 한참 전인 2014년의 얘기였다. 어쩌면 KBS는 시청자들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진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동종업계 사람'으로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시작은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시청자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기에, 업계 예의상 서로 쉬쉬하거나 주저하는 언론 상호 비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 명의 '시청자'로서도 응원하고 싶다. 기사 속 '관계자'(고위 관계자=차관급 이상, 핵심 관계자=대변인/비서관)가 어느 선인지 알려준 점은 유익했고,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장을 역임한 현직 국회의원의 언론관을 투명하게 보여준 점은 흥미로웠다.

    언론은 감시와 견제의 '행위자'이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개선될 수 없다. 보도의 질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상호 매체 비평은 '그런 일을 하는 누군가의 몫'이라며 미뤄두었던 것이 언론의 고질적 문제를 더 오랫동안 방치시켜 온 원인은 아닐까.

    정확한 비판과 칭찬은 중요하다. 자사/타사를 넘나드는 가차 없는 비판으로 건강한 긴장감을 형성해 보도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참조할 수 있을 만한 좋은 보도 소개와 칭찬에도 적극적인, 균형 잡힌 '저널리즘 토크쇼 J'를 기대한다.

    (사진='저널리즘 토크쇼 J'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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