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김광석씨 타살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 포스터
가수 고 김광석씨 타살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만든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에 대해 경찰이 고인의 부인 서해순씨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넘긴 것과 관련, 이 기자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기자는 3일 자신의 SNS에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지난 겨울과 봄을 거치며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지난 20여년 기자생활을 통틀어 가장 혹독한 조사를 받았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최근 내려진 서울고등법원의 '영화상영금지 등 가처분 신청' 항고심 결정 역시 재차 기각되었기에 경찰 수사결과도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항고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서, 김광석씨는 물론 서해순씨가 이미 일반대중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며, 자살에서 타살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제시한 다양한 의혹들이 대체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에 따른 것이고 나아가 알권리에 해당되는 것들었기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해 그 침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줬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자는 "그럼에도 오늘 경찰이, 20여년전 경찰의 초동수사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기 보다는 진실 추구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언론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제시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건 당시가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검찰에 사법처리를 요청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기자가 영화 '김광석', SNS 글 등으로 서씨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경찰은 또한 명예훼손 적용의 근거로 서해순씨가 사회, 문화 분야 비호감 순위 1위에 꼽힌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10만명도 채 되지 않는 영화 '김광석' 관객보다는, 서씨 본인이 jtbc 뉴스룸 등에 출연해 보인 태도와 발언 내용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큰데도, 모든 책임을 다큐멘터리 영화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여 황당하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 수사가 남은 만큼 수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의 제작 목적, 즉 한해 수만명에 달하는 변사자에 대한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수사, 그리고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일지라도 중대하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김광석법 제정 등에 대한 노력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 서해순씨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는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 9월 불어닥친 광기의 바람"이라며 이 기자를 비판했다.
"수사기간 만 7개월 조사받은 사람들만 49명, 내가 경찰에 이번에는 엉뚱한 말이 안 나오게 철저하게 광범위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결말이 지어질 것을…"
박 변호사는 "이상호씨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사와 형사를 혼동하면서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그러면 안되는 사건인데… 자신이 소송을 자초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큰소리 쳤으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할 것인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