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 분홍색 페인트로 구획선이 표시된 부산 북구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구청 업무용 차량과 일반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일반 차량은 물론 관용 차량까지 차지하고 있어 임산부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관할 당국은 법적 제재 수단이 없어 관리 감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말, 분홍색 페인트로 구획선이 표시된 부산 북구청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어찌 된 일인지 구청 업무용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은 원래 임산부 차량 표시증을 단 차량만이 이용할 수 있다. 표시증은 각 기초자치단체 보건소에서 임신 중이거나 6개월 미만의 유아를 키우는 여성에게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북구청의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 3면을 차지한 차량은 모두 아무런 표시증을 달고 있지 않았고, 심지어 2대는 아예 관용차량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정명희 신임 청장이 취임하는 지난 2일에도 구청 업무 차량이 임산부 전용 주차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취임식 날에는 여성 공무원이 임산부 전용주차장 인근에 있는 공용화장실의 물품을 채워 넣기 위해 주차하게 됐고, 지난달에는 다리가 불편해 장애가 있는 공무원이 당일 우산을 가지고 오지 못해 피치 못하게 임산부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게됐다"면서 "또 다른 관용차량은 전날 퇴근 시점인 오후 6시쯤 차를 주차했다가 다음날 다른 공무원이 해당 차량이 아닌 다른 업무차량을 사용하면서 일찍 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관리하는 인력이 앞으로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까지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7일 , 분홍색 페인트로 구획선이 표시된 부산 북구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구청 업무용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는 모습<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사진=부산cbs>
부산시는 조례를 통해 지난 2013년부터 부산지역 공공기관에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전체 주차면 수의 2~3%를 임산부 전용 주차공간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100면 이하 규모의 협소한 주차장을 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에는 1~2면을 주문하고 있다.
조례가 최초로 시행된 2013년 당시 부산지역 전체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78면에 불과했지만, 지난 5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404면이 설치됐다.
올해도 부산시는 부산지역 중앙부처 산하기관에 추가 확대를 요청해 430면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규모에 비해 담당 공무원들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적극적인 단속 방법이 없어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경우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붙이지 않거나 붙이더라도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지 않은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임산부 전용 구역은 제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아예 없다.
실제 사상구청은 올 상반기에 한 임산부가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된 것을 보고 구와 시에 강력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뒤 공익요원들이 매 시간마다 돌면서 해당 주차구역을 정리하고 있지만, 차를 빼지 못하겠다는 일반 민원인들과의 마찰이 종종 빚어지고 있다.
북구청 역시 차를 댈 민원들이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 주차관리를 담당하는 공익요원들이 복잡한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임산부 차량에 주차를 하더라도 사실상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담당 공무원은 "구청 주차장은 항상 복잡한 편인데, 임산부 전용구역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일반 민원인들이 이용한다고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차라리 과태료 부과라도 된다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주차 구역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인을 못 본체 할 수도 없어 힘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에 대해 부산시 담당자는 "임산부 전용 구역을 늘리고 있지만, 기존에 있는 주차구역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기초단체에 더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요구하겠지만, 이용자들을 제지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