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좀 달라졌는데요?' 3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경기 환영만찬에서 허재 감독과 북측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농구 대통령' 허재 남자 대표팀 감독이 15년 만에 북한을 찾은 소회를 전했다. 2003년 선수 시절에 이어 사령탑으로 평양을 찾은 인연이다. 이번에는 아들들도 함께 했다.
허 감독은 4일 오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통일농구를 대비한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뒤 "15년 전에 여기 체육관 생겼을 때 처음 온 뒤 15년 만에 왔다"면서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게 기분이 새롭고 긴장된다고 할까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허 감독은 실향민 2세다. 그의 아버지가 신의주에서 태어났다. 고향 땅을 한번 밟고 싶었지만 8년 전인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허 감독은 이번 방북에 앞서 "저보단 아버지가 한 번 가셨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국가대표 선수인 두 아들(허웅, 허훈)이 함께 했다. 아버지 대신 허 감독은 두 아들과 대동강을 찾았다. 허 감독은 "(대동강이) 아름답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언제 기회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아들) 웅이, 훈이랑 사진을 한 장 찍었다"고 말했다.
2003년 당시 허 감독은 이 장소에서 통일농구 경기를 뛰었다. 235cm 당시 최장신이던 북한 리명훈과 끈끈한 우정도 화제를 모았다.
허 감독은 "예전에 리명훈 선수와 소주 한 잔 먹는 장면이라든지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선수 생활할 때 옛날에 봤던 (북한) 선수들은 지금 고위 직책에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얘기는 못 하고 안부 인사만 했다"고 귀띔했다.
우리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 등 101명은 전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국군 수송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 측이 마련한 옥류관 환영 만찬에서는 평양냉면을 즐겼다.
15년 만의 옥류관 냉면을 어땠을까. 허 감독은 "15년 전이랑 옥류관 냉면 맛이 내가 느끼기엔 좀 다른 것 같다"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북한 선수들과 섞여 4일 오후 3시 40분부터 혼합 경기를 치른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도 함께 한다. 5일 오후 3시에는 남북 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