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레드벨벳의 두 번째 콘서트 '레드메어'(REDMARE)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레드벨벳 웬디, 슬기, 조이, 아이린, 예리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대히트를 기록한 '빨간 맛'에 이어, 약 1년 만에 레드벨벳(아이린·슬기·웬디·조이·예리)이 또다시 여름을 공략한 새 미니앨범으로 돌아온다. 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메어'(REDMARE)는 음원 정식 발매 전, 관객에게 먼저 신곡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레드메어'는 곧 발매된 새 미니앨범 '써머 매직'(Summer Magic)을 미리 듣고 보았다는 것 외에도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한 공연이었다. 약 1년 전 선보였던 첫 단독 콘서트 '레드 룸'에서도 그랬듯, 팔딱팔딱 살아있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응원법이나 노래를 따라 하거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서 있지 않았던 취재진석조차 후끈한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으니 더 설명이 필요할까. 이틀간 성황리에 진행된 '레드메어'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 수록곡도 놓칠 수 없다… '이번에도 믿고 들은' 신곡레드벨벳은 내일(6일) 5번째 미니앨범 '써머 매직'을 발매한다. 전곡 음원은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는 새 앨범의 곡들을 처음 선보이는 동시에, 활동에 시동을 거는 자리였다. 첫날이었던 4일, 타이틀곡 '파워 업'(Power Up) 등 신곡 무대가 대거 공개됐다.
발랄함과 활기참을 강조하는 레드 콘셉트의 전작인 '빨간 맛'이 워낙 잘된 상황이어서, 다시 한번 여름에 컴백한 레드벨벳의 신곡에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쏠렸다.
멤버들은 공연에 앞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빨간 맛'과의 차별점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게임 음악 같고, 처음에는 어? 하지만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으며, 딱 여름이 생각나고,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으며, 퍼포먼스와 같이 볼 때 더 좋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빨간 맛'이 알록달록하면서도 선명한 색깔, 멤버들을 의미하는 과일, 시원하고 상큼한 기운이 가득했다면, 이번 '파워 업'은 마치 게임 음악이 떠오르는 사운드와 '바나나나~' 하는 귀에 꽂히는 후렴구가 돋보였다.
티저에서 공개된 부분보다 완곡으로 들었을 때 사운드가 더 풍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빠른 비트, 레드벨벳 특유의 독특한 가사, 화음이 얹어진 발랄하고 청량한 곡이었다.
레드벨벳은 '레드메어'에서 신곡 '파워 업'(Power Up)의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자간담회 때 멤버들이 몸소 춘 3가지 안무 중 가장 포인트 안무라는 말에 적합해 보이는 것은 이른바 '아기 상어 춤'(가제)이었다.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상어 모양처럼 만드는 동작이 자주 반복돼 금세 기억에 남았다.
'파워 업' 외에도 '모스퀴토'(Mosquito), '미스터 이'(Mr. E), 히트 댓 드럼(Hit That Drum), '블루 레모네이드'(Blue Lemonade) 등 5곡 무대가 이날 콘서트에서 공개됐다.
'미스터 이', '히트 댓 드럼', '블루 레모네이드' 등 강렬하고 신나는 느낌의 '레드' 콘셉트에 어울리는 곡이 주를 이뤘다. 수록곡이 단순히 앨범의 빈자리를 없애는 느낌이 아니라, 따로 들어도 손색없는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이 반가웠다. '모스퀴토'는 다른 곡들과 달리 들뜨지 않고 성숙한 분위기의 곡이라 눈에 띄었다.
◇ 열정적인 무대에, 공연장 안은 열기로 가득레드벨벳의 첫 번째 콘서트 '레드 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나고 흥겨운 기운이었다. '빨간 맛'으로 승승장구하며 그야말로 전성기였던 때라 그런지, 멤버들 개개인이, 또 레드벨벳이라는 완전체까지 아주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느꼈다. 두 번째 콘서트 '레드메어'도 마찬가지였다. 처질 틈이 없었다.
첫 곡은 '러시안 룰렛'이었다. 레드&화이트 옷을 입은 다섯 멤버들은 '레드메어'라는 놀이공원에 우연히 발을 들여 헤매는 모습을 하다가, '러시안 룰렛'으로 포문을 열었다. 남녀 관객 성비가 고르게 분포된 것 같은 응원 소리는, 한마디로 우렁찼다.
익숙한 '러시안 룰렛' 뒤에는 신곡 '파워 업'이 이어졌다. 전날 공연에 온 관객이 많았던 것인지, 팬들이 그새 신곡을 익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호응이 굉장했다. '바나나나~' 하는 후렴구를 흥얼거리는 소리도 컸다. 일본 미니 1집 타이틀곡인 '쿠키 자'(#Cookie Jar)의 인기도 대단했다.
간단한 인사와 '파워 업'의 포인트 안무를 배우는 시간을 가진 후, 여러 곡 무대가 한꺼번에 진행됐다. 두근거림을 표현한 달콤한 곡 '두 번째 데이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선보인 것은 의외였다. '봐' 무대에서는 메인보컬 웬디의 매끄러운 고음처리와 능숙한 바이브레이션이 귀에 꽂혔다.
레드벨벳 멤버들이 놀이공원에 왔다는 콘셉트에 맞게 퍼레이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일 데뷔 4주년을 맞은 걸그룹의 '쌩쌩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중간 영상으로 숨 돌릴 틈만 만든 후, 계속해서 새로운 무대를 펼쳤다. 토끼(아이린), 곰(슬기), 강아지(웬디), 병아리(조이), 유니콘(예리)으로 변신한 것은 '레드메어' 공연 전체 중 가장 콘셉츄얼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동물의 모양만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미스터 이', '주'(ZOO), '행복', '히트 댓 드럼' 등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노래를 연달아 선곡한 것은 물론이다. 4번째 미니앨범 '더 레드 써머'(The Red Summer)에서 큰 사랑을 받은 수록곡 '주'와 데뷔곡인 '행복' 무대 때는 팬들의 함성과 응원 소리가 몇 배로 커졌다. 1층 스탠딩 무대의 열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레드벨벳은 팬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돌출 무대를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한 멤버가 무대 앞쪽 가운데에 있고 왼쪽, 오른쪽 두 구역씩을 맡아 팬들 사이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이때 '배드 드라큘라'(Bad Dracula), '올 라잇'(All right) 등의 곡을 불렀다.
◇ 발랄함과 오싹함이 공존하는 레드벨벳만의 콘서트레드벨벳은 팀명인 동시에, 레드벨벳이 지향하는 두 가지 콘셉트를 의미한다.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와 부드럽고 감각적인 '벨벳'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소화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였다. 4년 동안 활동을 지속하면서 레드벨벳이 보여준 '레드'는 좀 더 흥겹고 신나는 모습이었고, '벨벳'은 차분함과 고혹적임, 약간의 오싹함이 더해진 채였다.
레드벨벳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벨벳' 콘셉트를 통해 할 수 있는 영역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 어쩐지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과, 때로는 긴장감을 주는 기괴함이 어우러진 콘셉트를 뮤직비디오나 콘서트에 적극적으로 끌어오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레드메어'는 총 5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었다. 초반부는 판타지 어드벤처, 아마존, 퍼레이드가 차례로 나왔고, 후반부에는 오싹함을 강조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호러 어드벤처가 나왔다.
'레드메어'의 4번째 섹션은 '호러 어드벤처'였다. 이 섹션에서 레드벨벳은 '배드 보이'(Bad Boy), '피카부'(Peek-A-Boo), '덤덤'(Dumb Dumb)을 불렀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수상한 기미를 살짝 노출했던 영상과 달리, 4번째 영상에선 드러내놓고 핏빛이 꾸준히 등장했고 시체로 착각할 만한 물체 등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멤버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의상도 달라졌다. 전반부에 놀이공원에 왔다는 설정 아래 프릴이 강조된 퍼레이드 의상과 동물을 떠오르게 하는 원피스 등을 입었다면, 후반부에는 '벨벳' 콘셉트임을 알 수 있게 검은색 계열의 의상을 입었다.
예리가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고장 난 로봇 '리브'(REVE, 프랑스어로 공상, 몽상, 환상이라는 뜻)를 필두로 놀이공원의 컬러풀함이 두드러졌던 무대 장식도 확 바뀌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천과 거칠게 휘갈겨 쓴 듯한 RED MARE라는 글씨가 등장했다. 레드벨벳은 '배드 보이'(Bad Boy), '피카부'(Peek-A-Boo), '덤덤'(Dumb Dumb)을 열창했다.
◇ "레드벨벳이어서 행복하다"이날 본 공연 마지막 곡은 멤버들이 '최대 히트곡'으로 꼽은 '빨간 맛'이었다. 팬들은 '사탕'을 부르며 앵콜을 기다렸고, 오후 5시 57분 새로운 영상이 뜨며 앵콜이 시작됐다. 놀이공원으로 멤버들을 데려와 갖은 기묘한 일을 겪게 만든 사람이 아이린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앵콜 첫 곡은 예리가 합류한 다음 처음 선보인 곡인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였다. 레드벨벳은 팬들이 든 '몇 번의 여름이 지나도 꼭 함께이길'이라는 손팻말을 언급하며 "정말 감사하다.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또, 팬들에게 앵콜 때 부른 '사탕'을 다시 한번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슬기는 "저는 진짜 너무 즐거웠다. 첫 번째 콘서트 날에는 여러분들 덕분에 힘을 냈고, 두 번째 날에는 그 힘을 받아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첫 번째 콘서트('레드 룸') 때는 되게 얼어 있었다면, 점차 느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더 편해져서 공연도 더 즐겁게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또 콘서트 하면 와 주실 거죠? 그때는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궁금하지 않나. 보러 와 달라"고 당부했다.
조이는 "'레드메어'가 끝날 날이 올까 했다. 너무 신기하다. 시간이 참 빠르다. 슬기 언니 말대로 첫 번째 콘서트 때보다 좀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면서 "솔직히 너무 연습 시간이 짧았다. 짧으면 그만큼 두 배로 더 많이 소화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지칠 때도 있었다. 다 끝나고 울려고 했는데 울기보다는, 해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조이는 또한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레드벨벳이 앵콜 요청을 받고 무대에 다시 올라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린은 이날 공연에 엄마와 엄마 동네 친구들이 같이 와서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어제도 열심히 했지만 엄마와 엄마 친구분들, 러비(레드벨벳 팬클럽)들, 관객분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오늘도 열심히 했다.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딸도 됐지만, 오늘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되자는 생각을 어젯밤에 하고 잤다"고 말했다.
웬디는 "작년 콘서트 때 무대 위에 서는 게 행복하다고 얘기했었다. 오늘 그냥 드는 생각이, 무대 위에 서는 게 정말 행복하지만 레드벨벳이어서 더 행복한 것 같다"고 말하다 눈물을 보였다.
"레드벨벳이어서 레드메어라는 콘서트를 할 수 있고, 레드벨벳이어서 저희 멤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고, 레드벨벳이어서 좋은 노래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고, 레드벨벳이어서 좋은 연출가와 댄서 분들 만나서 이렇게 좋은 콘서트를 할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저희 러비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지만 앞으로도 즐기면서, 레드벨벳 웬디로서 좋은 곡과 좋은 무대로 이렇게 많이 받은 사랑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리는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여러분들 눈을 마주 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가 안무를 틀려버렸다. 그만큼 이번 콘서트도 제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사실 콘서트 하는 것은, 저희 멤버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저희도 최고의 컨디션과 최고의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은 게 욕심이자 항상 풀리지 않는 숙제인 것 같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데, 여러분들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게 되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레드벨벳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메어'는 약 2시간 30분 동안 계속됐다. 멤버 개인 무대 없이도 마지막 앵콜 곡 '데이 원'(Day 1)까지 총 22곡의 꽉 찬 무대를 선사했다.
이틀 동안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메어'를 치른 레드벨벳은 내일(6일) 5번째 미니앨범 '써머 매직'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써머 매직' 음원은 6일 오후 6시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레드벨벳이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동안 치러진 두 번째 단독 콘서트 레드메어'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