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 입장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였다.
한반도기를 휘날린 남측의 여자농구 선수 임영희와 북측의 축구선수 주경철 등 공동 기수를 앞세운 '코리아'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에서 전체 45개 참가국 가운데 15번째로 등장했다.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을 시작한 순간 스타디움은 엄청난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남북 공동 입장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이 나온 것은 개최국 인도네시아의 입장 순서 정도 외에는 없었다.
분단 국가의 현실을 딛고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된 남과 북의 모습에 찬사를 보낸 것은 비단 개회식 현장 뿐만이 아니었다.
GBK 스타디움 인근에 위치한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개회식을 지켜본 아시아 각국의 취재진은 남북 공동 입장이 소개되는 순간 열렬한 박수를 건넸다.
개회식에 입장한 인도네시아 국민들과 아시아 취재진 모두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북 공동 입장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듯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회식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스포츠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을 상징하는 남북 공동 입장의 의미는 아시아 각국의 뜨거운 반응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선수단이 국제 종합대회 개회식에 공동 입장한 것은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자 역대 11번째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남북 공동 입장 뿐만 아니라 조정과 카누, 여자농구 등 3개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다.
이미 예선 2경기를 치른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취재진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한국 취재진을 찾아 이문규 감독과 선수 등이 어떤 말을 했는지 영어로 묻는 외국 기자가 나타났다.
또 한반도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한반도기를 휘날리는 남북 단일팀 응원단을 어디서 만날 수 있냐고 묻는 외국 기자도 있었다.
남과 북은 대회가 개막하기도 전부터 자카르타 곳곳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레슬링 대표팀은 지난 17일부터 이틀동안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서로에 대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8일에는 북한 레슬링 여자대표팀의 정명숙이 훈련 도중 입술을 다치자 북측 스태프의 요청을 받은 남측 트레이너가 달려가 응급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