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운 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남자 야구대표팀 공식훈련에서 선동열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첫 경기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국내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 KBO 리그의 주축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 야구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은 3회 연속 우승 여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오지환, 박해민 등의 선수 선발 논란이 겹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대만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대만전 선발은 양현종? "가능성은 반반"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의 규정상 선발투수를 미리 공개할 의무는 없다. 경기 시작 전 상대팀에게 투수과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물어볼 경우에만 알려주면 된다.
양현종이 유력한 대만전 선발투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 선동열 감독은 "다들 예상하시지 않나. 그래도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단기전에서는 첫 경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현종은 "(어떤 경기에 나서든) 나가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직구의 힘이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못 던졌지만 지금은 5인 로테이션이 아니고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에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현종에게는 이번 대회가 광저우와 인천에 이어 세 번째 아시안게임 무대다. 양현종은 아시안게임 통산 4경기 총 11이닝을 소화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 0.82, 탈삼진 14개를 기록했다.
24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운 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남자 야구대표팀 이정후가 공식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리드오프 이정후 - 4번타자 박병호
선동열 감독은 이미 타순 구상을 마쳤다.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테이블세터는 이정후와 손아섭이 맡고 왼손투수가 나오면 김하성이 들어갈 수 있다. 중심타선은 김현수, 박병호, 김재환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숨길 이유가 없다.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상대 선발이 오른손 투수이라 가정하면 이정후(중견수)-손아섭(우익수)-김현수(좌익수)-박병호(1루수)-김재환(지명타자)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라인이 1~5번 타순을 맡는다. 김현수와 박병호, 김재환 사이에서는 수비 위치 조정이 가능하다.
여기에 유격수 김하성, 포수 양의지, 3루수 황재균, 2루수 안치홍이 하위타순을 채우면 그야말로 쉬어가는 자리가 없다.
#국제대회에 강한 타자는?
대표팀 선수 가운데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한 타자는 김현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굵직한 무대에서 통산 38경기에 출전, 타율 0.390, 27득점, 32타점을 기록했다.
4년 전 인천 대회에 출전한 손아섭은 통산 19차례 국제대회 경기에서 타율 0.360을 기록했고 황재균 역시 인천 아시안게임과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 15경기에서 타율 0.360을 올렸다.
한국 야구는 객관적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하지만 소위 '긁히는' 투수를 만나면 경기 향방을 알 수가 없다. 어떤 투수를 만나도 빠르게 적응하는 타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타선의 힘은 더 강해진다.
#승리 키워드는 '초반 러쉬'
이승엽 SBS 야구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첫 훈련이 열린 24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경기가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1~3번 타자가 출루해서 초반에 점수를 뽑으면 수워해진다. 처음에 막히면 그게 연결돼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초반 득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운 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남자 야구대표팀 공식훈련에서 양현종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홈런 한방이 승부를 가른다?
KBO 리그에서 사용하는 공과 아시안게임에서 쓰게 될 공은 다르다.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반응이다.
양현종은 "아시안게임 공인구가 한국에서 쓰는 공보다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격코치께서 공이 가벼운만큼 타구가 잘 나간다고 얘기했다. 실투나 장타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마무리를 맡게 될 정우람도 "생각보다 공인구가 가벼워 던질 때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 제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GBK 야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좌측 328피트(약 100m), 우측 324피트(약 99m), 중앙 400피트(약 122m)다. 좌우중간 담장이 깊지 않고 펜스 높이는 2.5m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아시안게임 공인구와 GBK 야구장의 특징을 감안하면 승부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홈런포에 좌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투수들에게는 각별한 주위가 필요하다.
반대로 타자들은 홈런을 의식했다가 자칫 타격 페이스가 흔들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병호는 "(그런 생각을 하면) 타자가 타석에 들어갈 때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신경쓰지 않고 투수 공을 어떻게 강하게 때릴 수 있을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조명탑과 잔디
GBK 야구장은 아시안게임 참가국들에게 생소한 구장이다. 유지현 대표팀 코치는 그라운드 상태가 국내 구장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다만 포수 양의지는 "여기 잔디가 푹신푹신하다"며 "타구 속도와 바운드를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조명탑. KBO 리그 야구장에 비해 조명 시설이 좋지 않고 높이도 낮다. 따라서 뜬공이 조명 빛에 가려져 야수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은 주최 측의 훈련 일정 배정상 야간 훈련을 해보지 못하고 대회를 시작한다.
경쟁팀들과 조건은 같다. 어느 팀이 구장 환경에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대표팀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많아 야구장 환경 적응을 낙관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 (사진=노컷뉴스)
#아시안게임 야구 방식과 주요 적용 규정
한국은 B조 예선에서 대만, 인도네시아, 홍콩과 차례로 맞붙는다. B조 2위 안에 들면 준결승을 뜻하는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슈퍼라운드에서 A조 1,2위과 맞붙고 예선과의 합산 성적으로 결승 대진이 결정된다.
이번 대회에는 홈 충돌과 2루 충돌 방지 규정이 적용된다. 비디오 판독은 없다. 코칭스태프는 논란이 될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벤치를 바라보지 말고 즉각 어필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연장전에 접어들면 아시아야구연맹(BFA) 규정에 따라 승부치기가 적용된다. 각 팀은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연장 10회 타순은 9회 종료시 마지막 타자 이후의 타순에서 이어진다.
5회 이후 15점 이상, 7회 이후 10점 이상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결승전에서는 콜드게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기가 갑자기 중단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이색 규정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로 기도 시간에는 경기가 중단된다. 이슬람의 기도 시간은 새벽 5시,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6시, 오후 7시 등 다섯 차례로 야구 경기 시간과 겹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의 경기는 인도네시아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다. 따라서 한 차례 경기가 중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