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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션샤인'…"김은숙을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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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김은숙을 다시 봤다"

    구한말 의병史 24부작 대장정 '유종의 미'
    당대 주변인들 시선으로 모순과 희망 들춰내
    볼거리·역사인식 균형 호평…"대중 눈높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사진=tvN 제공)

     

    24부를 끝으로 지난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미스터 션샤인'은 대한민국 드라마사에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영상 콘텐츠로서 볼거리를 견지하면서도 역사라는 거대한 용광로 안에서 동시대성을 길어 올린 덕이다. 그 중심에는 흥미로운 서사를 빚어낸 김은숙 작가가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제국주의가 득세하던 1900년대 초반 격동에 휘말린 한반도를 다뤘다. 그간 조선의 끝과 일제 강점기의 시작을 그린 TV 역사물은 대개 왕을 위시한 권력층의 시각으로 직조되기 십상이었다.

    당대 의병 활동 등 치열했던 시대상을 구체적으로 다룬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이 떠오를 정도로, '미스터 션샤인'은 여성, 하층민 등 당대 주변인들의 눈을 빌려와 그 시대의 모순과 희망을 들춰내는 데 성공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는 "'미스터 션샤인'은 드라마를 대하는 대중의 눈높이를 높여놨다"며 평을 이어갔다.

    "단순히 만듦새나 미장센뿐 아니라 서사의 규모에 있어서 드라마가 이야기를 어디까지 끌어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재현되지 못해 상당한 공백으로 남아 있는 구한말 시대의 연결지점을 제대로 짚어냈다."

    황진미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역사를 두고 여러 말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데 어떠한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금 대한민국이 조선과 어떠한 점에서 이어지거나 단절됐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지점이 '미스터 션샤인'에 있다"고 진단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역시 "'미스터 션샤인'의 이야기는 거의 100% 가상일지언정 역사의식을 어느 정도 환기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그 시대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점에서는, 아무리 가상이고 세세한 부분의 역사고증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드라마가 주는 재미와 더불어 의미도 찾았다"고 봤다.

    ◇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사진=tvN 제공)

     

    이 드라마가 지닌 역사의식은 흥미롭다. 이는 극중 노비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갔다가 군인이 되어 조선에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가, 명문가 출신으로 신분을 숨기고 의병 활동을 하는 고애신(김태리)에게 던진 아래 물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맞소. 조선에서 난… 노비였소.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김교석은 "기존 사극에서는 대개 왕족이나 귀족의 입장에서 나라를 걱정한 것이 우리네 역사라고 그려져 왔는데, '미스터 션샤인'이 던진 메시지는 그간 애써 외면해 왔던 중요한 물음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황진미는 "사실 조선의 구세력, 그러니까 양반 등 권력층이 독립운동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하는 점은 굉장히 간과돼 왔다"며 "대개는 친일 지주가 된 그들이 해방 뒤에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주목 받는 부분이 (막대한 재산을 처분해 만주로 넘어가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일가 등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최근 이야기 되고 있는, 고종이나 명문가가 배후에서 항일투쟁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건드린다. 앞서 영화 '암살'(2015) 등을 통해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스터 션샤인'은 독립국가로서 정통성을 다질 수 있는, 이른바 다양한 '건국의 아버지' 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역사 바로세우기에 일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서사 견인 女캐릭터 향연 돋보여…"시대정신 적절하게 반영"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컷(사진=tvN 제공)

     

    '미스터 션샤인'의 가치는 이렇듯 풍성한 이야기 줄기를 여성 캐릭터 고애신 등이 이끌어 간다는 데서 뚜렷한 빛을 발한다.

    황진미는 "예전 드라마 같으면 시대와 역사와 민족의 운명을 고민하는 주체는 당연히 남성으로 설정됐다"며 "그렇게 치면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은 부자 출신으로 유학을 다녀와 여차저차해서 각성하고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고애신의 정혼자 김희성(변요한)이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 션샤인'에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듯하다. 고애신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양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토지' 주인공 서희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교석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미스터 션샤인'에도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그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며 "이 점은 시대정신에 대한 적절한 반영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미스터 션샤인'을 이야기할 때 김은숙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등 로맨스에 특화됐던 그가 역사물에 자기 색깔을 오롯이 녹여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김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대목이다.

    김교석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은숙 드라마의 확장된 세계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거의 다루지 않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로맨스를 가미한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복수의 남자 주인공, 유머 코드처럼 특유의 인장을 지닌 김 작가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든다"고 부연했다.

    황진미는 "김은숙 작가를 다시 봤다"며 말을 이었다.

    "김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로맨스, 유머와 같은 자신의 특기를 제대로 살렸다. 극중 고애신과 유진 초이가 주고받는, 간결하면서도 맛깔나는 대사를 보라.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남자 캐릭터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브로맨스를 빚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 굉장히 필요한 역사의식이 담긴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특유의 재미를 더했기에 '미스터 션샤인'에는 이른바 '대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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