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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구형 아이폰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IT/과학

    애플은 왜 구형 아이폰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유튜브 캡처)

     

    "우리는 오래된 애플 기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결과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8)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애플의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iOS 12를 공개하며 이 부분에 힘주어 말했다.

    애플은 iOS 12를 실행하는 아이폰5S 및 아이패드 에어 이상 구형 기기에서 최신 기종까지 앱 시작 속도는 최대 40%, 키보드 작동 속도는 최대 50% 스와이프로 카메라 실행시 최대 70%, 다중 작업시 최대 2배까지 성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iOS 12가 공식 업데이트 된 이후 IT매체 아스 테크니카가 업데이트 대상 구형 모델 실행 테스트 결과 iOS 11 대비 아이폰5S는 최대 20.6%, 아이폰6 플러스는 최대 21.7%, 아이패드 미니2는 최대 26.2%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해 고의로 구형 아이폰을 도태시키기 위해 성능을 제한한 배터리 게이트 파문 이후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딛혀 공식 사과와 함께 올해 말까지 배터리 교체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대책을 내놨다.

    아이폰5S는 무려 5년 전에 내놓은 모델이다. 이전에도 구형 모델 업데이트를 지원했지만 듀얼렌즈 카메라와 페이스ID가 탑재되면서 구형 아이폰과 최신 아이폰의 하드웨어 격차가 크게 벌어져 상당수 앱이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최근에서야 1년 더 최신 업데이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도 최신 프리미엄 기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애플의 이같은 결정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고 스마트폰 성능은 높아지면서 교체주기가 1~2년에서 3~4년으로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의 고사양 중저가 전략이 신흥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고집하는 애플의 선택은 구형 아이폰을 도태시켜 신형 아이폰 구매를 진작시킨다는 통상 나올법한 제조사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캡처=애플)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충성적인 사용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림으로써 위기를 맛본 뒤 iOS 12를 통해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선회하고, 대신 최신형 아이폰에 이전과 다른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구매층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구형 모델을 최신 아이폰의 성능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iOS 12 업데이트 이후 사용자들은 여전히 가족의 사진을 검색하고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 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을 손쉽게 체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크린 타임 지원으로 휴대폰 중독성을 확인하거나 몰려든 메시지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편리함도 최신 유저들처럼 누릴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뉴욕타임즈(NYT)는 "아이폰은 더 젊어지기 시작했다"며 "구형 아이폰임에도 최신형 기기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굳이 1000달러를 들이지 않아도 노후 배터리만 교체한다면 오래된 아이폰으로도 여전히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며 "최신 성능을 사용하고싶다면 신형 아이폰으로 이동하는 선택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여전히 앱스토어,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iOS 12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아이폰 사용자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 저항을 줄이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과 애플 생태계를 동시에 폭넓게 유지하는 해법이 애플의 '묘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애플은 지난 2년간 최신형 아이폰의 기본가격을 330달러(약 37만원), 최고 520달러(약 58만원)까지 올렸지만 소비자들은 첨단 기능을 가진 최신형 아이폰을 구입하는 별로 주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은 주춤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캡처=유튜브)

     

    시장분석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출시된 아이폰6는 출시 10개월만에 9천만대를 출하하며 역대 기록을 갱신했지만 아이폰X은 이보다 3천만대 적은 6300만대에 그친데도 불구하고 높은 평균판매가 때문에 아이폰6와 같은 6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32억명으로 이중 15%인 4억8천만대가 아이폰으로 추정된다. 에릭슨은 최대 5억7천만 대까지 집계하고 있다. 이중 미국은 가장 많은 1억4000만 여명이 아이폰을 사용한다. 여전히 강력한 애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 "품질이 물량보다 더 중요하다. 한 번의 홈런이 두 번의 2루타보다 낫다"고 말하며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저력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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