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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와 얽힌 사람들의 절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대구

    쉐보레와 얽힌 사람들의 절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빚더미 앉은 대리점주·생계 어려워진 영업사원들
    쉐보레측 "판매 실적 반등 중"

    자료사진. (사진=이한형 기자)

     

    "가족만 아니었으면 청와대 앞에서 웃통 벗고 분신이라도 하고 싶다"

    대구의 한 대리점주 A(55)씨는 최근 GM 사태와 관련해 묻자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했다.

    지난 2월 GM이 군산 공장을 폐쇄한 것에 이어 최근 한국 철수설과 법인 분리 논란까지 일면서 영업 실적이 가파르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누가 요즘 쉐보레 차를 타냐며 GM이 한국 시장에서 손을 떼면 나중에 AS도 못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절반으로 뚝 꺾인 판매량…기댈 곳 없는 대리점주들

    A씨는 GM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7넌 동안 매장 판매량이 한 달에 25대를 넘지 않은 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매달 15대 이하의 판매 실적만 기록하고 있다.

    그는 "결국 회사 책임이 99% 아니냐"며 군산 공장 철수 등 이미지 손상이 매출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항, 경산의 쉐보레 대리점주들도 판매량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대리점주들은 쉐보레 전국 대리점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까지는 한 달에 만 오천대 가량의 차량이 판매됐지만 올해는 9월까지 6천여대로 실적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문제는 매출 부진으로 임차료를 내는 게 힘들어지면서 빚더미에 앉는 대리점주들까지 생겨났다는 거다.

    쉐보레는 각 대리점마다 다른 기준으로 일정 대수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면 임차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이 기준을 넘지 못하는 대리점이 급격히 늘어났다.

    A씨의 경우 매장 임차료만 월 500만원에 이른다.

    그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내내 단 한 번도 임차료 지원을 못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원을 받지 못해 자신이 부담해야 했다.

    A씨처럼 대출, 사채에까지 손을 대며 임차료를 내는데 급급한 대리점주들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사업을 접는 대리점도 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쉬운 길은 아니다.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회의. (사진=GM대리점발전협의회 제공)

     

    ◇폐점도 어렵다는 대리점주들 "본사가 힘들 때 지원 늘려줘야"

    A씨는 몇 달 전 GM 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리점 사정이 힘들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던 본사 측은 적당한 퇴로를 모색해 주겠다며 폐점 의향이 있냐고 물어왔다.

    더 이상 사업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판단한 A씨는 본사 관계자를 만나 사업 정리시 지원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GM 측은 A씨에게 2천여만원을 폐점 지원비로 주겠다고 했다. 다른 구제 방안은 없었다.

    A씨는 이미 임차료로 진 빚만 수 천만원에 달했고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들였던 투자비까지 고려하면 2천만원은 턱없이 모자라다고 봤다.

    또 폐점을 결정할 경우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대리점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강도도 이런 강도가 없다. 대리점을 계속 운영할테니 임차료 지원 기준을 낮춰주는 등 다른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본사에서 안 된다고 했다"며 "결국 장사가 안 되면 스스로 접고 나가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측은 실질적 대안 없이 대리점 폐점을 강요하는 상황이 국정감사에서 카허카젬 한국GM 사장이 보여준 태도와 상반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카허카젬 사장은 내수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겨우 2천만원의 지원금으로 죽어가는 대리점을 살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GM 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김복식 회장은 "회사가 대리점으로부터 걷는 판매 수수료를 낮춰주는 방식 등으로 어려운 부분을 지원해줘야 한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도 다 어려운 때에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GM은 사장을 만나 여러번 요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공정위에 제소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GM 측이 임차료 지원과 차량 배송료 등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대리점 수는 줄이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리점주에게 떠넘긴다고 보고 있다.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생계 어려워지는 영업사원들…GM측 "판매 실적 반등 중"

    쉐보레 대리점이 문을 닫음으로써 오는 충격은 대리점주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장은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에게까지 미친다.

    영업사원은 자동차 판매 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줄면서 이들의 생계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또 이들은 쉐보레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리점이 폐점을 한다고 해도 쉐보레에서 책임져주지 않는다.

    만약 대리점주가 개선되지 않는 영업 이익을 이유로 폐점을 선택하면 이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다.

    A씨는 자신의 매장에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매장을 폐점하면 한 가정의 수입이 일순간에 없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리점주들과 영업사원들은 GM이 대리점과 상생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쉐보레는 한국능률협회에서 6년 연속 판매서비스 1위를 기록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조금만 대리점 상황을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면 이 위기를 탈출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측은 10월 판매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점차 회복세로 접어 들었다고 판단하고 대리점들이 조금 더 버텨주기를 희망했다.

    또 폐점시 지원 방안이 모자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약 조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회사 사정도 여의치 않아 지원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전했다.{RELNEWS:right}

    한국GM 관계자는 "대리점주들이 보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최대한 지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극복할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 판매 실적 향상에 있어 그 부분을 노력해야 하고 다행히 점차 해결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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