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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집 빼고 팔라"더니…40만 '임사군단' 키운 정부

경제 일반

    "사는 집 빼고 팔라"더니…40만 '임사군단' 키운 정부

    각종 혜택까지 얹어 다주택자에 '활로' 내줘…"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목소리 높아

     

    40만명에 육박한 주택임대사업자가 집값 폭등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많게는 수백 채씩 집을 가진 이들에게 정부가 오히려 각종 세금 혜택을 주면서 "공급 부족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사는 A씨(68)의 경우 지난 8월말까지 등록한 임대주택이 이미 604채에 이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B씨(40)도 540채 넘게 임대주택을 등록한 상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안 내도 되는데다. 지난달초까지 등록을 마친 대부분의 임대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면제되기 때문이다.

    8년 이상 준공공 장기임대로 등록하면 70%, 여기에 2년을 더하면 100%까지 양도세도 면제된다. 건강보험료 인상분의 80%도 감면되는 등 그야말로 '감세 보따리'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18만명 수준이던 개인 임대사업자는 일년새 37만명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도입 당시의 10만명에서 4년새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묶어둔 임대주택만 120만 채가 넘어 집값 급등 요인이 된 건 물론, 장기적인 주택 수급 불균형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2대책을 내놓으면서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고 다주택자를 압박했지만, 오히려 '퇴로' 수준을 넘어 '활로'를 열어준 셈이 됐다.

    특히 이 가운데 70% 가까운 80만 채가량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에만 37만 채, 경기 36만 5천 채, 인천 3만 7천채에 부산도 12만 채가량이다.

    주택 공급률이 이미 100%를 넘은 우리 나라에서 미래 세대에게 남겨줘야 할 그린벨트를 풀거나, '3기 신도시'를 양산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가 공급이 곧바로 자금력을 갖춘 세력이나 전세를 낀 갭투기꾼들의 '줍줍'(주택 사재기 행위를 가리키는 은어)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서다.

    실제로 수급 엇박자와 이에 따른 집값 과열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강남3구'에 임대사업자가 몰려있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대사업자가 1만 4119명으로 가장 많고 강남구는 1만 2699명, 서초구는 9295명이었다.

     

    임대사업자 가운데 상위 10명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1인당 평균 460채나 된다. 상위 1%인 3592명이 등록한 주택은 전체의 15.5%인 16만 3604채로 평균 46채, 10%인 4만여명은 평균 14채씩 60만 채에 육박한다.

    따라서 다주택자인 이들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대폭 축소해 '잠긴 매물'이 풀리도록 해야 집값과 수급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세입자 보호'는 임대등록 의무화를 비롯,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참여연대는 "임대주택사업을 가장한 다주택 투기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라며 "조세정의 원칙에 따라 임대소득을 얻는 모든 사업자에게 사업자등록과 임대주택 등록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간사는 "다른 나라의 경우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씩 세입자 임차권을 보장하는 나라도 많다"며 "왜 한국만 굳이 2년으로 하고 있을 뿐더러 그마저도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국처럼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독일의 경우엔 세입자의 평균 거주 기간이 12.8년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3.4년에 불과했다.

     

    정부가 마땅히 부과해야 할 세금이 임대사업자 인센티브를 통해 심각한 규모로 '탈루'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임대사업자 가운데는 2살 아기부터 4~6살 유아도 적지 않다"며 "돈있는 사람들이 증여수단으로 악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다주택자의 불로소득 근절을 위해선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며 "세입자 전가를 막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임대사업자 혜택을 일몰제 적용으로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9·13대책이 놓친 가장 위험한 잔불이 바로 준공공임대"라며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세 감면 혜택에 일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을 만드는 정부 고위관료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만큼,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299명 가운데 119명이다. 이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소극적인 자유한국당은 61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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