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고 프리스타일' 제작진
'너희 옷이 그게 뭐야 얼른 갈아입어~'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통통 튀는 멜로디와 가사,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가 매력적인 이 곡은 힙합 레이블 저스트뮤직(Just Music)과 '인디고뮤직'(Indigo Music) 소속 아티스트 스윙스, 기리보이, 키드밀리, 노엘이 함께 부른 '플렉스'(flex)다.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마지막 날 발표된 '플렉스'는 계절을 건너 석 달 가까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머물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힙합신에서 '핫'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이 한 데 모여 완성한 이 곡은 공개 직후 국내 주요 음원차트 '톱100'에 진입했지만, 수없이 쏟아진 신곡들에 밀려 빠르게 '차트 아웃'됐다. 하지만 다행히 금새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에 성공했고, 음악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롱런곡'으로 거듭났다.
'역주행'의 비결은 SNS와 유튜브였다. 애초 '플렉스'는 태생부터 남다른 곡이었다. 인디고뮤직과 국내 최대 모바일 미디어의 힙합컬처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 이하 'DF')의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곡이기 때문. 'DF' 측은 음원 공개 전인 7월 26일부터 최근까지 '플렉스'에 참여한 스윙스, 기리보이, 키드밀리, 노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상 콘텐츠 '지알보이즈'(GRBOYZ)를 공식 소셜 채널에 순차적으로 게재해 음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꾸준히 높일 수 있었다. '지알보이즈'는 지난달 25일 공개된 '나랑 같이 쇼핑 가자 용돈 갖고 와' 편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여덟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는데 유튜브에서만 총 조회수가 1200만 건이 넘는다. 마찬가지로 'DF'과 손잡고 제작한 뮤직비디오 역시 조회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지알보이즈' 덕분에 인디고뮤직은 '플렉스'라는 인기곡을 얻었고, 'DF' 측은 채널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결과적으로 '플렉스' 프로젝트는 인디고뮤직과 'DF' 양측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된 셈이다.
모바일 미디어와 힙합 레이블이 만나 시너지를 낸 새로운 성공사례에 대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플렉스' 프로젝트를 이끈 주역들 중 'DF' 소속 콘텐츠 제작자들(정혜진 CP, 류지명·안준원·최병주 PD, A&R 담당 김현민, 뮤직비디오 감독 경규리)과 직접 만나 제작 후일담을 들어봤다. '플렉스'와 '지알보이즈'로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스윙스, 기리보이, 키드밀리, 노엘과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제작진과의 일문일답.
'플렉스' 커버
▲ '플렉스'가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중이다.
정혜진 CP=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실시간 차트에 9위까지 올랐고, 장르별(힙합)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지알보이즈'와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음원이 차트에서 '역주행'한 케이스다. '지알보이즈'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끈 이후부터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되는 시점에 '플렉스'가 음원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일도 잦았다. 차트에 재진입한 이후 음원에 참여한 아티스들이 출연한 엠넷 '쇼미더머니777'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순위 상승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음원과 연계된 영상 콘텐츠인 '지알보이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정혜진 CP="지난해 '하이어뮤직'과 '이피'(iffy) 음원을 공동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시초다. 당시 박재범, 그루비룸, 식케이, pH-1 등이 참여한 '이피보이즈'(iffyboyz)를 제작해 선보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고, 이번에도 힙합 아티스트들의 캐릭터성을 극대화 한 콘텐츠를 동시에 선보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경규리 감독="사실 처음부터 지금의 포맷으로 잡고 간 것은 아니었다. 메이킹 영상 촬영을 위해 녹음실에 방문했던 날 기리보이 씨가 갑자기 '꼰대' 콘셉트로 촬영에 임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고 제작진 모두 놀라면서 웃었다. 이후 메이킹 영상으로만 가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속마음 인터뷰를 추가로 촬영해 덧붙인 것이 '지알보이즈' 틀이자 첫 번째 에피소드가 됐다.
▲'지알보이즈'가 그야말로 '핫'한 콘텐츠가 됐다.
정혜진 CP="올해 'DF' 채널을 통해 선보인 콘텐츠 중 가장 잘 됐다. 그 덕분에 채널 구독자 수가 10만 명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류지명 PD="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네 번째 에피소드인 '수고했어 노엘도' 편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합하면 총 조회수가 500만 건이 넘는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지알보이즈'의 인기 비결은.
류지명 PD="'래퍼들은 거칠다'는 편견이 있지 않나. '지알보이즈'는 그러한 편견을 깨고 래퍼들이 재미있게 음악 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고, 더 나아가 영상을 접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싶게끔 만든 것 같다"
정혜진 CP="아이돌그룹들이 리얼리티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지 않나. 래퍼들도 그런 콘텐츠가 있으면 충분히 팬덤이 만들어질 거라고 판단했고, 그 판단이 적중했다는 생각이다. 인디고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의외의 모습을 '지알보이즈'를 통해 보여줬고,그 덕분에 팬덤이 형성돼 음원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다"
안준원 PD="'여름엔 덥게 거울엔 춥게'라는 '플렉스' 후렴구에 영감을 얻은 '플렉스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최대한 덥게 입고 춤추는 영상을 올리면 선별해서 상품을 주는 이벤트였다. 이런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한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지알 보이즈'를 찾아보게 됐다고 생각한다"
▲'지알보이즈'의 러닝타임은 일반적인 모바일 영상 콘텐츠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다.
정혜진 CP="평균 러닝 타임이 15분이다. '지알보이즈'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모바일 콘텐츠는 짧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깨졌다. 길어도 재미있게만 만들면 많이 보더라. '지알보이즈'는 여러모로 모바일 미디어 업계에 새로운 성공모델이라는 생각이다"
▲'지알보이즈'뿐만 아니라 음악과 뮤직비디오 완성도도 훌륭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싶다.
김현민 A&R 담당자="스윙스가 이끄는 저스트뮤직과 인디고뮤직의 음악 색깔이 원래 '갱'스럽고 진지한 편이다. 애초 기리보이 씨가 가져온 비트도 그런 색깔이었는데 조금 더 쉽게 들을 수 있을 만한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다행히 기리보이 씨가 그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운 비트를 써오셨다"
정혜진 CP="힙'하기 보단 찌질해보였으면 좋겠다'는 멤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뮤직비디오 제작했다. 촬영은 굉장히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스윙스 씨는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윈드밀'을 추셨는데 그 영상을 뮤직비디오 티저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알보이즈'는 언제까지 이어지나.
류지명 PD="마무리 단계다. 원래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키드밀리 몰카' 편이 마지막이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서 시리즈가 길어졌다. 이번 달에 모든 촬영이 다 끝내고 11월 중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하려고 한다"
'지알보이즈'의 한 장면
▲'DF'에서는 또 어떤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나.
정혜진 CP="아티스트들이 랩과 노래하는 모습을 담는 'DF LIVE', 신곡 작업기 등을 털어놓는 'DF 인터뷰', 신곡을 15초 정도 들려주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앨범 스포일러'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는 중이다"
▲힙합 관련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할 때 중점을 두둔 부분은.
정혜진 CP="힙합 아티스트들은 방송 적응력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제작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지 않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진행해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저들도 그런 영상을 볼 때 아티스트와 더욱 친밀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최병주 PD"세트 구성과 음향기기를 간소화 시켜서 최대한 라이브 느낌을 살리되 음원 못지않은 퀄리티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준원 PD="내가 좋아하는 걸 유저들도 좋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제작에 임하는 편이다. 실제로 키드밀리의 '혼모노' 라이브 영상이 그렇게 탄생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고충은 없나.
정혜진 CP="13년차 PD다. 딩고뮤직에 입사하기 전 CJ ENM 등에서 일하던 '방송 쟁이'였는데, 모바일 시장은 TV 시장과 제작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어려운 점이 스태프진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구성, 편성, 디렉팅, 마케팅 등을 PD 혼자 다 해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야 하고, 자기만의 확실한 취향이 있으면서 트렌드를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인 것 같다"
경규리 감독="조회수 압박이 엄청나다.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난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10~15초 안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다. 매일 숫자와의 싸움을 하는 기분이다"
▲'DF' 채널의 향후 계획은.
정혜진 CP="휘발성 콘텐츠가 많은 모바일 시장에서 시리즈물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지알보이즈'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현재 인디고뮤직과 함께 또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 중인 상황이고, 내년에는 국내 모든 힙합 레이블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