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마약왕'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배우 송강호가 오랜만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우민호 감독 작품 '마약왕'을 통해서다. 그의 청불영화 출연은 박찬욱 감독 작품 '박쥐'(2009) 이후 10년 만이다. 그간 성수기 극장가에서 다양한 연령대에 어필하는 감동 서사극을 택해 온 송강호이기에 이번 행보는 더욱 눈길을 끈다.
송강호는 19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마약왕' 제작보고회에서 "그동안 작품을 통해 소시민적인, 이웃사촌 같은 캐릭터를 많이 선보여 왔다"며 "영화 '마약왕'은 관객들이 남다르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배우로서 색다른 소재를 통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적 매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관객들이) 기대하고 (영화관에) 오실 텐데 2시간가량 상영시간을 흥미진진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까지 마약을 통해 권력과 돈을 지배한 한 남자의 일대기를 쫓는다. 이를 통해 급성장기이던 당대 정치와 문화, 시대와 범죄를 엮어 한국 사회 아이러니를 짚어낸다. 역대 청불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쓴 전작 '내부자들'에서 실제 한국 사회 권력형 부조리를 예언한 듯한 통찰적 이야기로 주목받은 우민호 감독 신작이다.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대한민국, 하급 밀수업자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본능적으로 눈뜬다. 뛰어난 눈썰미로 단숨에 마약업을 장악한 이두삼은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와 손잡고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한다. 그렇게 마약으로 세상이 불안해지자 승승장구하는 이두삼을 주시해 온 검사 김인구(조정석)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우민호 감독은 "19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미명 아래 마약왕으로 살았던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이야기"라고 '마약왕'을 소개했다.
그는 "당대 일본에서는 마약을 제조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했기에 한국에서 (마약을) 제조해 일본에 내보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에서 출발했다"며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암울하면서도 찬란한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다채롭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영화 '마약왕'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마약왕'은 1970년대 국내 최대 항구도시 부산을 거점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 극중 주인공 이두삼은 가족을 살뜰히 돌보는 가장이면서 권력을 거머쥔 아시아 최고 마약왕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면모를 지닌, 시대가 낳은 괴물이요 사생아다.
송강호는 "이두삼이 가공 인물이기는 하지만 70년대를 풍미했던 어두우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상을 담은 인물"이라며 "그를 통해 암울했던 그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열심히 살았던 우리네 이웃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의 세계라는 곳이 한국이나 미국이나 멕시코나 공통적으로 카르텔을 통해 비슷하게 운영되지 않을까"라며 "그 세계가 지닌 보편적인 특징을 주로 생각했고, (마약 카르텔을 다룬) 기존 명작의 느낌을 일부러 피해 독창적으로 만들 필요 없이, 그 세계의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과감하고 용기 있게 연출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영화를 택한 데 대해서는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뿐 아니라 그 전작들을 통해 연출가로서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배우들에게 큰 신뢰감을 얻었다"며 "마약 소재를 부분적으로 다룬 영화는 많았어도 이번처럼 전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 점에서 나를 포함한 배우들이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마약왕'에는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이희진 조우진 이성민 김홍파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연기 시너지를 빚어낸다.
이두삼을 쫓는 검사 김인구로 분한 조정석은 "제3의 눈으로 관객 입장에서 이두삼을 바라보고 풀어가는 인물"이라며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지는 않는다.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그 재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고 전했다.
배우 김소진(왼쪽부터), 조정석, 송강호, 배두나, 김대명이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마약왕'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이두삼에게 협력하는 로비스트 김정아 역을 맡은 배두나는 "이 역할에 캐스팅 됐을 때 내게 전형적인 로비스트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며 "화려한 외모, 사람의 혼을 빼놓는 언변 등 흔히 떠올리는 로비스트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열심히 사는 여자, 열심히 영업하는 여자,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두삼의 사촌동생으로 마약 밀수업에 동참하게 된 이두환 역의 김대명은 "인물이 변하는 과정을 외형적으로 담기 위해 촬영 중간에 체중 감량을 하고 연기했다. 촬영 스케줄도 시간순이어서 잘할 수 있었다"며 "우 감독과 '내부자들'에 이어 '마약왕'을 함께하면서 역시나 촬영장에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장을 펼쳐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두삼과 우여곡절을 함께하는 아내 성숙경으로 분한 김소진은 "굉장히 다이내믹한 삶을 사는 이두삼과 함께 사는 여자로서 다양한 삶을 마주하고 그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과 부딪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라며 "드라마 시점에서 성숙경 캐릭터의 변화를 한층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한복 등 당대 의상"이라고 했다.
이 영화는 아예 못을 박는다. '영화의 스토리 일체는 1970년대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수많은 마약 유통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고 말이다.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은 단순한 대결 구도의 범죄영화가 아니라 1970년대를 관통하는 모험담이다. '내부자들'에서 정치 거악·비리에 집중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당대를 산 사람들에게 집중했다"며 "화두를 던지겠다는 의도를 갖고 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다. 이두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그리려 애썼다"고 재차 강조했다.